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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군주’ 넘친 것은 연기력, 부족한 것은 완성도

넘친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었고 부족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였다.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가 지난 13일 종영했다. 5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으며 명실상부 ‘수목극 왕좌’로 군림한 ‘군주’다. 시청률 10%를 넘지 못한 드라마가 대다수인 와중에 ‘군주’의 두자릿수 시청률 유지는 괄목할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


‘미씽나인’, ‘자체발광 오피스’ 후속으로 방송된 ‘군주’는 MBC의 수목극 부진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도 MBC의 체면을 살린 유일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끝이 찝찝하다. 드라마 시작 전,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기대해달라”는 노도철 PD의 자신감이 중반부가 지나가면서 흐려지고 말았기 때문일까. 모든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 영웅서사와 멜로를 융합하겠다는 다짐은 증발되고 말았다.

‘군주’ 마지막 회에서는 세자(유승호 분)가 짐꽃환 해독제를 구해 대신들을 살린 후 편수회의 수장인 대목(허준호 분)을 처단하고 비로소 진정한 군주가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동안 가짜 왕으로 살았던 천민 이선(엘 분)은 가은(김소현 분) 대신 칼에 맞아 죽었다. 이후 세자는 왕위에 올랐고 가은은 중전이 됐다.

그토록 기세등등했던 편수회와 대목이 스러지는 데서 다소 힘이 빠지는 전개가 이어지기는 했으나 결말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최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를 운운한 것에는 결말을 완성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할 두 주인공이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가 있다.

오죽하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세자는 입으로만 싸우고 가은은 울기만 했다는 말이 나왔을까. 큰 위기의 순간마다 세자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한 화군(윤소희 분)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대목의 가장 큰 무기인 짐꽃밭을 불태운 것도 화군이었다.


화군이 죽고 나서는 그의 뜻을 이어받은 곤(김서경 분)이 사이다 행보를 보여줬다. 세자가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태항아리를 안고 근정전으로 가는 가은을 지켜냈다. 그런가하면 짐꽃환의 해독제 비방을 알고 있는 우재를 찾아가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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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도 초반의 당당한 모습과 비교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답답한 태도를 보여줬다. 사랑을 주는 두 남자 사이에서 별다른 주체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다. 세자가 왕위로 돌아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데, 결말에 가서 짐꽃환을 먹고 해독제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정도만 남게 됐다.

천민 이선의 흑화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가은을 향한 사랑으로 눈이 멀어 대목에게 휘둘리기만 했다. 그런가하면 분노의 방향은 엉뚱하게도 세자를 향해 답답함을 자아냈다. 꼭두각시 왕이니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해석했으나, 천재성을 가졌다는 인물 설정이 활용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네 배우의 연기는 칭찬할 만했다. 유승호와 김소현은 흠잡을 데 없는 사극 연기를 보여줬다. 아역 때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은 ‘군주’에서 아역부터 성인역까지 소화했다. 인물의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이는데 공헌했다.

/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


유승호는 특히 눈빛으로 극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김소현이 ‘민폐 여주’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빛과 발성으로 어느 정도 세자의 위엄을 세웠다는 평이다. 최근 여러 사극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은 그가 현대극에서는 어떻게 변모할지 기대도 되는 부분이다.

엘과 윤소희는 성장하는 배우의 전형이었다. 엘은 위축돼있으면서도 열등감으로 분노하는 천민 이선의 감정선을 제법 잘 따라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을 보여줬다. 윤소희도 초반 캐릭터 설정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운 옷을 입은 것은 아닐까 우려됐지만, 세자를 위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극에 녹아들었다.

‘군주’의 기둥이 된 허준호의 연기는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허준호는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쥔 대목으로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펼쳐냈다. 네 주연 배우가 타 드라마에 비해 어린 편인데, 이들을 살뜰히 이끌면서 연기적인 성장까지 이뤄냈다. 엘은 최근 종영인터뷰에서 “상대배우를 편하게 해주시고 촬영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다”고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한국판 ‘왕좌의 게임’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의 성장은 40회 서사 속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지난겨울부터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의 초입까지, 쉽지 않은 사극을 촬영하면서 고생했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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