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우디 등 아랍 4개국, '알자지라 폐지' 한 발 빼

"걸프 왕정 비판한 게 주요 이유"

여론 비판 의식한 듯

카타르, 4개국에 손해배상 추진하고

UAE, "필요한 행동은 다 할 것" 강경 발언에

단기간 사태 해결은 어려울 전망

수하일 알마즈로에이(왼쪽)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라 사이프 알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가 19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변재현기자수하일 알마즈로에이(왼쪽)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라 사이프 알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가 19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에 ‘알자지라 방송국 폐지 요구’를 삭제한 새로운 제안을 타진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단교를 선언한 4개국과 카타르 간에 여전히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단기간에 단교 사태가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압달라 알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대테러 6대 원칙’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6대 원칙에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테러리즘에 대처, 자금·은신처 제공 금지 △증오·폭력 선동 중단 △2013·2014년 리야드 합의 준수 △2017년 아랍 이슬람-미국 정상회의 결과 준수 △내정 간섭과 불법 조직 지원 중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극단주의·테러리즘에 대처한다는 책임이 포함됐다. 알무알리미 대사는 “4개국은 카타르도 받아들이기 쉬운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은 타협할 수 없지만 구체적 실행 방법이나 전략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등 4개국은 카타르가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테러 단체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달 5일 단교를 선언했다.


알무알리미 대사는 “알자지라 방송을 폐쇄해야 이 대테러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폐쇄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면 그 또한 괜찮다”며 “중요한 것은 목표와 원칙”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등 4개국은 지난달 22일 단교 해제를 위한 13개 선결 조건에서 알자지라 방송 폐쇄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한 발 물러선 셈이 됐다. 4개국은 알자지라가 무슬림형제단 등 테러단체의 자살테러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며 테러를 조장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가디언 등은 실질적인 이유는 알자지라가 걸프 왕정의 권위적 통치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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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카타르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날 셰이크 아흐메드 빈 다심 알타니 카타르 경제장관은 국제무역기구(WTO) 본부에서 사우디 등 4개국이 취한 국경 봉쇄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앞서 4개국에 단교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지 않을 경우 걸프협력위원회(GCC)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단교 선언 4개국 중 하나인 UAE도 “(테러 단체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다할 것”이라며 카타르에 대한 추가 제재 역시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수하일 알마즈로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19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교 사태가 카타르의 행동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쿠웨이트가 4개국과 카타르 간의 중재자로 나섰으며, 13개 요구사항도 (중재 노력의) 결과 중 하나였지만 카타르에서 제안을 받고 1시간 만에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쿠웨이트를 중재자로서 존중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며 무책임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UAE가 카타르의 국영 언론사 및 정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해킹을 모의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대해 알마즈로에이 장관은 “기사에 미국 정보당국이 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는 내용이 있느냐”며 “보도는 넌센스”라고 강력 부인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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