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화전양면 전략 속내는] '최고 압박' 한계에 '평화적 압박' 부상…中 제재 참여 유도도

'모든 옵션' 고려에도 北 핵·미사일 도발 잇따르자

북미 대화·中 역할론 등 외교적 해법에도 공들여

NYT "트럼프, 허세 접고 틸러슨 평양에 보내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 각각 “전쟁”과 “대화”를 언급했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는 미국이 한편으로는 전쟁을 불사하는 군사옵션을, 또 한편으로는 북미 대화 카드를 내미는 화전 양면책을 구사하며 대북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어느 시점에 북한과 (협상장에) 앉아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의) 정권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으로 군대를 보내기 위한 구실도 찾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같은 정책을 “‘평화적 압박’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이 예상 밖의 대화 카드를 전격 내민 데 대해 일각에서는 ‘최고의 압박’을 내세운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 한계를 보이자 ‘평화적 압박’의 수단으로 대화론이 부상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 안팎의 매파들이 대북 군사옵션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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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는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화당 중진으로 매파 성향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북한이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한반도)서 나고, 수천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것이 아니다라고 내 얼굴에 대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군사옵션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추도록 우리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국무부와 백악관의 대북 메시지가 이처럼 양극으로 치달은 데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의 고질적인 엇박자라는 관측이 있지만 북한을 강경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대화론’을 띄워 중국이 대북 압박과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적 측면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무부는 대화를 거론하고 군과 정보기관은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역할 분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정부가 대북 압박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중국 역할론’에 계속 매달리자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허세를 접고 중국을 내세우는 대신 틸러슨 장관 등을 평양에 보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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