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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③] 중요한건 양보다 질,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들

오디션 프로그램이 출연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논란과 함께 동행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아직 방송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기에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사진=서경스타DB/사진=서경스타DB


‘프듀’ 역시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즌 2 방송 당시 마루기획 소속 연습생으로 참가했던 한종연은 초등학교 시절 행실과 관련한 일진 논란이 SNS를 중심으로 퍼져 결국 프로그램 하차까지 이르렀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아이돌 학교’ 역시 출연자들이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연이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달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채영으로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4년 전 사건이지만 아직도 이채영 이름만 들어도 공포심이 생기고 손이 덜덜 떨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채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손상됐다.

이와 더불어 1회 만에 자진 하차한 솜혜인 역시 그에게 중학생때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SNS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솜혜인은 “직접적으로 폭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있던 폭행 방관자”라고 언급하며 “당사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줬기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프로그램 마다 논란은 계속되는 데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다보니 과연 앞으로 론칭을 앞둔 프로그램들이 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강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탄생하는 아이돌은 적어도 인성과 범죄에 관련해서는 오점이 없는 사람을 찾고자 하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은 프로그램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내부적으로 중범죄 등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는 기준과 출연자 검증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다”며 “출연자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 제작진도 공감하고 있지만, 과거 SNS 행적 조사 등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출연자와의 심층 인터뷰, 부모님과의 면담 등을 통해 우려할만한 행실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증 시스템을 아무리 체계화한다고 해도 수많은 참가자의 과거까지 캐내기엔 무리라는 업계의 의견도 일견 일리가 있다. Mnet 측은 “최근 들어 출연자에 대한 과거 SNS 활동과 사실 확인이 힘든 네티즌들의 제보 등이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상의 논란만으로 출연자를 하차 시키기는 어렵다. 사안이 발생될 경우 당사자를 통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방송출연 진행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출연자 자질에 대해서 세심하게 살필 예정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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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사진=CJ E&M


물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단순히 사생활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앞서 ‘프듀’의 경우만 보아도 101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인원으로 서바이벌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량 배분과 관련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는 시간에 따라 순위가 급변하는 만큼, 적어도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한 방송 분량은 이들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공정한 경쟁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카메라에 많이 잡히지 못한 연습생들은 애초부터 싸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오죽하면 ‘피디픽(PICK)’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와 함께 고질적인 ‘악마의 편집’ 역시 숙제로 남아있다. 실력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연습생들은 더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센터 및 리더 선발이나 음악적 방향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연습생 간의 작은 갈등에는 대화를 잘라 내거나, 짜깁기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러한 편집의 희생양(?)이 된 연습생들은 자연스레 인성 논란과 함께 순위 급락을 맛봐야 했다.

‘아이돌학교’ 역시 다양한 아이돌 관련 수업을 통해 충분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한 뒤 데뷔까지 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실력보다는 앞서 대중에게 인지도를 확보한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후발주자로 가세할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논란에도 열풍은 계속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층이 있는 한 프로그램은 계속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방송사 측이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것은 ‘공정성’이다. 이들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을지, 그리고 자신들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한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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