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수술대에 오른 검찰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기수와 전공을 파괴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팀 출신 검사들이 대거 ‘윤석열호’ 서울중앙지검에 합류하면서 국정농단 재수사 및 국정원 관련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 정권 대검찰청·법무부에서 요직에 있던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법무부는 10일 박찬호(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과 한동훈(27기)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각각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3차장으로 발령 내는 등 고검 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를 17일자로 단행했다.
검사장에서 차장검사급으로 하향 조정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에는 이두봉(25기) 성남지청 차장을, 대검 공안기획관과 범죄정보기획관에는 각각 이수권(26기), 권순범(25기) 검사를 배치했다. 검찰 인사·예산·조직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과장에는 권순정(29기) 법무과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1년7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앞서 검찰 고위급 인사와 마찬가지로 기수·전공 파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안·선거 사건을 책임지는 2차장 자리에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을 지낸 박 부장검사를 앉혔다. 검사장 인사에 이어 공안 수사를 ‘특수통’에 맡긴 것이다. 3차장에 전격 발탁된 한 팀장은 전임 이동열(22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라 전공은 물론 기수까지 무시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대거 서울중앙지검에 합류하면서 향후 수사를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신자용(28기)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김창진(31기) 특수2부 부부장, 양석조(29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등 특검팀에서 활약한 검사들이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1·3·4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재선(30기) 대전지검 공판부장과 김성훈(30기) 홍성지청 부장검사가 각각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발령되는 등 국정원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전면에 배치됐다.
반면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꼽히거나 법무부 검찰국에 있던 과장들은 줄줄이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최근 발견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서’의 작성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영상(29기)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창수(30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대구지검 형사3·4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선욱(27기) 법무부 검찰과장도 부산지검 형사1부장으로 전보됐다. 문재인 정권이 우 전 수석을 대표적 적폐세력으로 지목한데다 앞서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진 바 있어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인사에서 법무부 검찰국 소속 과장들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입성하던 공식이 이번에 깨졌다”고 말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