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호가라면 생애 첫 뮤지컬 관람 중 느낀 전율을 기억할 것이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와 주옥같은 대사, 화려한 의상과 조명 등이 더해진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서 뮤지컬의 감동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느끼고 만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내에도 속속 자리 잡고 있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한 무대에 올라 주요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 관객들로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골라볼 수 있기에 실제 공연 관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특정 연령, 성별 집중을 해소하고 관객층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티켓 가격을 보면 과연 이들 공연이 뮤지컬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 다음 달 ‘2017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은 1일권 가격이 10만원, 2일권이 18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뮤직 오브 더 나이트’는 2시간 공연에 티켓 가격만 4만~13만원, 1,700석에 달하는 공연장 특성상 그나마 가까이서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좌석을 택하면 최소 9만원은 내야 한다. 공연 한 번 본적 없는 초심자에겐 넘어서기 어려운 가격 문턱이다.
매년 여름 각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자리 잡은 영국 런던의 웨스트 엔드 라이브나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 시카고의 서머콘서트 앳 밀레니엄 파크 등은 매년 무료 축제로 진행, 뮤지컬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축제가 무료로 이어질 수 있는 데는 기업과 지자체의 활발한 문화 후원도 있지만 제작사들과 배우들 역시 이 축제를 통해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축제 개최 비용을 낮추는데 일조한 덕분이다.
아이돌 팬들이 터무니 없는 가격의 굿즈(상품)와 고가의 콘서트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듯, 뮤지컬 팬 역시 이 같은 갈라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고가의 티켓 값을 부담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 같은 고가의 공연이 매년 개최되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갈라 콘서트가 타깃으로 해야 할 관객은 이들이 아니다. 오히려 뮤지컬 배우 이름 하나 모르지만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공연장을 찾아오는, 극장 밖의 사람들이다. 웬만한 공연 한 두 편을 족히 즐길 수 있는 가격의 갈라 콘서트를 우후죽순 만들어내기 바쁜 지금의 공연업계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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