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종교인 과세 유예-반대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납세자·대상금액 명확...조세공평 실현을

2년 유예됐던 종교인 과세 시행을 또다시 미루자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불붙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지난 9일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은 종교 비영리법인에 소속된 목사·스님 등이 얻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과세 유예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오는 2020년 1월로 미뤄진다.


종교인 과세 유예 찬성 측은 2년 동안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쳐야 과세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재차 2년을 미루는 것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공평의 원칙을 실현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주장이 있다. 법률에 흠결이 있거나 당사자 등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현행 소득세법은 종교 관련 종사자(종교인)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인으로의 활동과 관련해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은 기타소득(근로소득으로 신고한 경우는 근로소득으로)으로 과세하되(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6호) 과세 시행 시기는 오는 2018년 1월1일부터로 규정하고 있다(법률 제13558호).



여기에서 종교단체란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을 의미하는데(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14항) 이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주무관청(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아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설립허가주의).

근로자가 헌금을 내고 연말정산 때 종교단체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종교단체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그 소속단체 포함)에 한정되며(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 허가를 받지 않은 종교단체에 낸 헌금은 세법상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종교단체 활동에 필요한 권리 보호와 의무 이행 등 법률관계의 보장은 민법 제32조에 따른 법인인지에 달려 있으므로 종교단체가 1인 교주 형태가 아닌 이상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수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현행 종교인 과세 체계상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법률에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이 요구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속성인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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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종교인의 과세 대상 소득금액은 기타소득의 경우 법령이 정하는 금액을 공제해 산출되며(소득세법 시행령 제87조 제3호) 근로소득으로 신고했다면 일반 근로자들이 필요경비 명목으로 공제받는 근로소득 공제를 적용받는다(소득세법 제47조 제1항).

아울러 종교인들의 납세의무는 일반인의 소득세 신고와 마찬가지로 다음연도 5월 1일부터 31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하되(소득세법 제70조) 종교인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종교단체는 해당 과세기간의 다음연도 2월분 종교인 소득을 지급할 때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소득세법 제145조의3 제1항).

사정이 이렇다면 종교인 과세에 필요한 과세물건과 과세표준의 산정 근거는 명확하게 세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이 역시 헌법 요구사항인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반(反)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의 근거는 법률적 흠결이 아니라 종교인이나 과세관청이 종교인 소득 과세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귀착된다(만일 법률적 흠결이 있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과세관청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법률이 지난 2015년 말 통과됐는데 아직까지 준비되지 않았다면 이는 세무행정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을 과연 과세관청이 수긍할까.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과세관청의 자료처리 수집과 분석 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어느 회원국보다 뛰어나다.

결국 종교인 과세를 추가적으로 연기해달라는 주된 배경은 종교인이나 종교단체의 납세의무 이행 준비 부족으로 이해된다. 광복 후 지금까지 비과세 관행이 유지돼온 종교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 2015년 법 개정시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더 2년 유예하자는 것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2018년도 종교인 소득은 2019년 2월에 원천징수 납부를 하든지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된다. 지금부터 1년 이상 준비시간이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의 지적 수준 등을 감안해볼 때 1년은 종교인 납세의무를 이행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다.

종교인 과세 유예 주장이 자칫 종교인 과세 철회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의 표를 의식한 선거목적용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존재하고 아울러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종교의 자유도 보장된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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