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구멍난 친환경 인증] 인증 후 농약 뿌려도 고작 인증취소…현장조사도 허술

위법농가 처벌·규제 솜방망이

고발·형사입건 작년 52건 그쳐

영업정지 인증기관 버젓이 활동

부실인증 건수는 3,000건 육박

민간 인증기관 '농피아'가 장악

인증 시스템 무력화 주요 원인

지난 2014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 농가에 대한 특별단속을 한 결과를 보면 친환경 농축산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단속에 걸린 농가들은 무농약 인증 논을 써레질할 때 트랙터에 제초제를 싣고 살포했고 유기농산물 인증 벼를 이앙하는 동시에 화학비료를 뿌리기도 했다.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로 구분되는데 모두 농약을 일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기농산물은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없고 무농약농산물은 기준치의 3분의1 이하의 화학비료 사용만 허용된다. 이러한 규정과 소비자들을 무시한 농가들에 내려진 처분은 고작 ‘인증취소’였다.




김영록(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록(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농관원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 기준을 위배한 농가들의 고발 및 형사입건 건수는 지난해 52건에 그쳤다. 2015년 54건, 2014년 99건 등 매년 두자릿수 수준이다.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도 위법 농가에 ‘친환경 인증 마크’를 떼는 수준의 처벌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1년만 지나면 재인증을 받을 수 있어 ‘솜방망이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 대부분은 계약 재배를 하기 때문에 인증 취소 처분도 생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축산물의 배신은 평소 현장 감독에서부터 문제점이 드러난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현장 조사는 보통 농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비료·농약 구매 장부 등 경영자료나 자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문제가 터질 때만 정밀 검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농관원의 한 관계자는 “농가가 농약을 쓰는지 직접 보려면 365일 같이 살아야 한다”면서 “보통 장부나 자재 구입 내역 등을 통해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농산물인증기관의 부실도 문제가 크다. 농관원은 2015년 인증기관 15개에 3~6개월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조치를 내렸는데 이 중 11개가 최근 1년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부실인증 적발 건수를 봐도 2014년에는 6,411건에 달했고 지난해 역시 2,734건이나 됐다. 친환경 인증으로 제품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농가와 인증 수수료를 챙기려는 인증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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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 업계를 ‘농피아(농축산 분야 공무원+마피아)’가 장악한 점도 인증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신규 인증과 갱신 업무를 민간인증기관이 전담하고 농관원은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감독만 하도록 체계를 개편했는데 민간 인증기관은 농관원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농관원에 따르면 민간 친환경 인증업체 64곳 중 5곳가량은 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로 있으며 전체 인증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 610명 중 80명 정도가 농관원 출신이다. 정부의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 결과 친환경 인증 기준에 미달된 37개 농가 가운데 25곳(68%)은 ‘농피아’가 있는 민간인증업체에서 인증을 받았다.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관원 직원들이 퇴임 이후 일정 기관 친환경인증 민간 기관에 재취업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취업을 못하게 하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자율적으로 재취업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여 효과가 클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초기 검증 시스템이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은 “처음부터 친환경 인증을 너무 쉽게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초기 검증 체계를 강화하고 농민들도 엄격해진 사회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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