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文대통령 “정권 뜻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 돼선 안 된다”

■ 과기정통부·방통위 대통령 업무보고

'개혁의 구경꾼' 아닌 '주체'라는 자부심·열정 가져야

방통위 , 방송사 재허가시 중립성 중점 심사

과기부, R&D 예타권한 이관...4차혁명 고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 여러분의 헌신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올려놓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공로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하게 됐다”며 공직사회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어 “국민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며 “그 과제를 수행하려면 공직자가 개혁의 구경꾼이나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이끄는 주체라는 자부심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해 “공영방송은 그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두 차례의 보수 정권에서 정권 차원의 방송 장악 시도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방통위에 근본적 개혁 대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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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과학기술 분야의 부진을 거론하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많이 낮아졌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연구 투자가 부족해 일본에서 22명이 노벨과학상을 받는 동안 우리나라는 후보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많이 뒤처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통신비도 높은 편이어서 식품비와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에 지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의 필요성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대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 운용 등을 중점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의 부당 해직이나 징계 재발을 방지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시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 운용 등을 중점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11월께 KBS·MBC·SBS 등 공중파 3사의 재허가와 MBN 재승인 심사가 예정된 만큼 방통위가 재허가 권한을 지렛대 삼아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단기적 성과 중심의 국가 주도 R&D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기초연구 투자를 대폭 늘려 대한민국의 R&D 체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손익 중심의 R&D 예산 심의에 손을 대기로 했다. 이를 위해 ‘R&D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넘겨받고 R&D 지출 한도를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 설정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및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재부 고유 권한이었다. 과학기술 업계는 손익 위주로 결과를 따지는 국가 주도의 R&D 방식이 오히려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내는 데 장애가 됐다며 전문성을 가진 주무부처가 조사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R&D 예산 지출 한도 공동 설정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기존에는 기재부가 R&D 예산의 지출 한도(실링)를 설정해 각 부처에 보내면 그에 맞춰 사업을 짜고 과기정통부가 최종 심의·조율했다. 이번에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지출 한도를 공동 설정하기로 하면서 예산의 타당성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들 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병권·정민정·문병도기자 jminj@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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