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선고 후폭풍-1심 선고 3가지 논란] ①'묵시적청탁' 근거 이례적 판결, "최씨 몰랐다" 입증땐 논리 깨져

②"삼성현안, 朴 지시 없어"...합병 등 위임직무 대가관계 인정 안될수도

③정유라 진술 뒤집히면 승마 지원도 '뇌물 아닌 정책적 협조'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지난 25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주 항소장을 내고 곧바로 2심을 대비한다. 이 부회장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알았는지는 여전히 핵심 쟁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같은 현안이 대통령의 직무가 아니라 관계부처에 위임한 직무에 속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한다. 1심 유죄 근거인 ‘묵시적 청탁’은 이 부회장이 정씨를 알고 있으며 삼성 승계가 대통령 직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유죄를 뒤집어야 하는 삼성그룹 변호인단과 지켜야 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심 선고 직후 제기된 논란들을 어떻게 파고들고 대응할지가 2심 판결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피고인은 1심에서 사실상 완패했지만 재판부로부터 한 가지를 인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 합병, 합병으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 해소,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가운데 어떤 것도 명시·묵시·간접적으로 청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 세 가지 개별 현안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를 이룬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승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이 부회장은 최씨와 정씨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을 승낙한 순간 승계에 관한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다는 게 1심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뇌물공여 유죄를 뒤집으려면 독대 전 최씨를 몰랐다는 점을 재판부에 납득시켜야 한다. 여기에 세 가지 개별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삼성물산 합병), 금융위원회(금융지주사 전환), 공정거래위원회(순환출자 해소)에 위임한 직무에 속한다는 주장을 쟁점화하면 묵시적 청탁 논리를 깨뜨릴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 많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장관 등에 위임한 직무와 관련해서는 금품을 수수했어도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1심에서 쟁점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 증인은 하나같이 “삼성 현안에 대한 대통령 지시가 없다”고 증언했는데 삼성이 이러한 진술을 2심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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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현안의 명시적 청탁 주장은 부정됐다. 이 부회장의 최씨 모녀 인식, 대통령 직무와 승마 지원의 대가관계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묵시적 청탁 논리마저 깨져 무죄로 뒤집힐 수 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순환출자 해소, 금융지주사 전환에 박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확보해 박 전 대통령이 승계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챙겼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 변호인단은 유죄 근거 가운데 약하다고 판단되는 진술과 증거를 뒤집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1심 공판에서 “엄마(최씨)가 ‘말을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말했다”고 증언해 삼성이 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1심 판결에 기여했다.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박 전 사장이 2015년 6월 정씨 출산과 승마 지원 문제로 연락했다”고 말해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가 정씨의 존재를 미리 알았다는 판단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증언이 2심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씨 지원 요구임을 알았다는 1심 판단이 힘을 잃는다. 반대로 “승마 지원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정책 협조”라는 삼성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특검은 이에 대응해 김 전 차관과 정씨의 증언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은 승마 지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단순수뢰죄를 적용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여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공여죄로 기소했지만 재단 출연금은 벌써 무죄로 판결됐다. 대법원 판례는 단순수뢰죄는 직무와 전체적인 대가관계만 인정되면 성립된다고 보고 있으며 제3자 뇌물죄는 여기에 부정한 청탁의 존재까지 필수라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가 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재단 출연금은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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