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을 시작으로 ‘미남이시네요’, ‘오작교 형제들’, ‘상류사회’, ‘결혼계약’ 등 다수의 작품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 올린 유이가 KBS2 수목드라마 ‘맨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유이는 뭇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동네 여신 강수진 역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 도도하고 세련된 비주얼과 이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허당미와 털털함으로 28년 지기 친구 봉필(김재중 분)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까지 완벽하게 사로잡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한층 더 깊어진 그의 연기력이다. 닿을 듯 말 듯 마음을 근질거리게 하는 봉필과의 로맨스부터 생사의 위기를 넘나드는 그를 향한 애틋한 순애보까지 폭 넓은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극 중 유이는 10년 전으로 돌아가 창문 너머로 그의 모습을 훔쳐 볼 때에는 풋풋한 설렘을, 실수로 대형 거울을 깼을 때 위기를 벗어나게끔 상황을 대처해준 봉필을 떠올리면 새어 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을 때에는 사랑에 막 눈뜬 여고생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시청자들이 강수진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게끔 탁월한 연기를 펼쳤다.
이어 한 여름의 불타오르는 태양만큼 뜨거운 청춘 22살로 돌아간 그는 자신을 대신해 교회 오빠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봉필에게 “분명히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누군가 나 대신해서 나서주고 도와주면 괜히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막 든든해지더라. 있잖아 앞으로도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오늘처럼 그렇게 나서줄거야?”라며 수줍지만 진심을 가득 담은 고백으로 핑크빛 로맨스를 써내려가고 있어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도.
이어 유이는 애절한 눈물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불길 속에서 자신을 구하다 혼수상태에 빠진 봉필의 치료 중단 소식을 듣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그의 부모님에게 “저도 이제 필이 없는 거에 익숙해지려고요”라며 슬픈 다짐을 이어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믿기 힘든 현실 앞에서 크나큰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낀 그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소리 없이 차오르는 슬픔을 속으로 삼키며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특히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과 빨갛게 물들은 코끝은 그가 캐릭터의 감정에 완벽히 이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강수진의 감정을 자연스레 전이시켰다.
‘맨홀’은 하늘이 내린 갓백수 봉필이 우연히 맨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빡세고 버라이어티한 ‘필生필死’ 시간여행을 그린 랜덤 타임슬립 코믹 어드벤쳐 드라마로 매주 수, 목 오후 10시 KBS2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