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北 미사일 도발]北 도발하면 아베 먼저 찾는 트럼프...'文정부 폰패싱' 논란

트럼프, 아베와 9차례 통화...文 대통령은 2번 그쳐

7월 28일 ICBM 도발 때도 열흘 지나고서야 연결

한미관계 미지근했던 전임정부 보다도 핫라인 느슨

'한국 빼고 강대국이 한반도 운명 결정' 우려 없애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김 위원장은 “태평양을 목표로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김 위원장은 “태평양을 목표로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데 이어 미군 괌기지 견제를 위한 추가 발사시험을 예고하면서 한미 정상 간 대응논의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 대통령 간 통화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를 적기에 관리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 정상 간 핫라인이 보다 신속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자칫하면 한국을 제치고 미국 등 주변 강대국 정상들이 핫라인으로 한반도 문제를 먼저 논의하는 ‘폰 패싱(phone passing)’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한미관계가 다소 미지근했던 전임 정부와 비교해도 현 정부의 한미 정상 간 통화성사 시간이 늘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 간 통화 회수는 모두 다섯 번이다. 이중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는 지난 2016년 1월과 2월·9월에 걸쳐 모두 세 번 이뤄졌다. 세 차례의 통화를 보면 도발 직후 두 정상 간 전화 연결이 성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약 24시간. 평균 통화시간은 18분이었다.

그중 가장 빨리 전화 연결이 이뤄진 것은 2016년 9월9일 통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여파로 추정되는 지진이 당일 오전9시30분께 감지되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시간30분 뒤인 오후12시부터 약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북 도발 후 가장 통화성사 시간이 길었던 것은 같은 해 2월9일 전화 연결이었다. 그달 7일 오전9시30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자 약 49시간50분 뒤인 9일 오전11시20분에 두 정상이 핫라인으로 대응책을 협의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두 차례였다. 취임 당일인 5월10일과 하계휴가 직후인 8월7일이었다. 이중 북한 도발 대응건만 집계하면 8월7일 한 차례였다. 통화시간은 56분으로 길었지만 7월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도발한 지 열흘째가 돼서야 연결된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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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월4일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없이 양국 고위급 안보당국자 간 통화 등만 이뤄졌다.

이후 북한은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밝히며 ‘말 폭탄’ 수준의 위협을 하고 최근에는 미국령 괌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상공을 넘기며 태평양으로 날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 한미일은 거의 모든 (대북 관련) 대책을 공유하고 공조하고 있다”며 “정말 민감한 안보상황에 있어 다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한미 공조에 대해) 안심하셔도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일본 정상이 직접 공개적 통화를 한 것만도 벌써 아홉 번인데 문 대통령과는 단 두 번밖에 통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놓고 “북핵 문제를 남의 나랏일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자세”라는 초강경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IRMB 발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제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평화적 문제 해결론 명분이 북한의 추가 도발로 다소 약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급하게 통화했다가 불협화음을 낼 수 있어 양국 모두 신중히 메시지를 조율하며 통화시기를 재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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