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미국의 대북 기조부터 성소수자의 군 복무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는 막말을 번번이 수습하며 트럼프 정권의 능숙한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미 언론들은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질서를 가져오고 있다고 호평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뒷수습’은 혼란을 거듭하는 미국의 대북 기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하며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해왔다.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대화무용론’을 꺼내 든 데 대해 ‘군사옵션’ 논란이 재연되자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미국이 여전히 외교적 해법에 중심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CNN 등은 “트럼프 정부의 헷갈리는 대북 시그널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매티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호전적인 언사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티스 장관이 “극적인 것으로 가득 찬 백악관에 정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을 진정시킨 것도 매티스 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전환자의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현재 군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패닉에 빠지자 매티스 장관은 “현역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유지한다”고 밝혀 급한 불을 껐다. 그는 또 최근 해외 미군 주둔지를 찾아 “‘당신들의 사령관’이 이 나라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사태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질서를 촉구했다. 이는 인종 문제와 트랜스젠더 논란을 부추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으로도 받아들여지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잘못을 조용히 비판하면서도 그로 인한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무게 있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의 이 같은 관계는 올 초 그의 취임 이후부터 수차례 부각돼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조용히 자신의 주관을 내비치며 사태를 수습하는 매티스 장관의 조언을 적잖이 받아들여왔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워터보딩(얼굴에 천을 씌운 뒤 물을 붓는 고문) 부활을 선언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매티스 장관의 만류로 이를 철회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개입 선회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국제 문제에 있어 미국의 불개입을 강조했지만 지난달 아프간 파병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는 오랜 기간 중동 전선에 있었던 매티스의 입김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