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첫 방송된 ‘아르곤’에서는 취재를 통해 ‘팩트’가 밝혀지지 않은 뉴스는 전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자랑하는 김백진(김주혁 분)과 ‘용병기자’로 불리는 계약직 기자 이연화(천우희 분)의 고군분투가 벌어졌다.
사진=‘아르곤’ 캡처H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자 유일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아르곤’은 최근 위기에 처했다. 방송국 파업 이후 일할 만한 많은 기자들이 해임됐으며, 성종교회 비리를 보도했다가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아르곤’의 팀장이자 간판 앵커로서 자존심이 강한 김백진은 성종교회의 비리가 잘못된 보도라며 정정 보도를 해야 했을 뿐 아니라, 해당 교회가 사장과 연이 있었던 까닭에 편성 시간 또한 주중 심야시간으로 바뀌게 됐다.
이 가운데 대형건물 붕괴 참사가 벌어졌고, 속보에서 뒤쳐진 HBC는 자극적인 특종 보도로 승기를 잡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HBC의 특종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때,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팩트 제일주의자 김백진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반기를 들었다.
이 가운데 용병기자 이연화는 ‘아르곤’에 발령을 받았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고된 기자들의 결석을 채우기 위한 특채기자이자 2년 계약직 기자인 이연화는 ‘아르곤’ 팀에서 눈엣가시와 같았다. 일부 팀원들은 이른바 ‘용병기자’로 불리는 계약직 기자 이연화에 “선배 자리 파먹고 온 용병 쓰레기”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팀원들의 무시와 은근한 배척을 받으며 ‘기자계의 미생’을 톡톡히 경험한 이연화이지만 거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 현장을 뛰고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를 해 나간 것이다. 발로 뛴 덕분에 이연화는 주광호 소장이 건물 붕괴를 일으킨 범인으로 지목된 이후, 유족들에게 고통을 받는 가족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으며, 이는 ‘아르곤’의 방송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연화의 자료 덕분에 HBC 특종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활약에도 이연화는 ‘아르곤’ 팀에 완벽히 녹아들 수 없었다.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는 줄 알았던 이연화는 그곳에서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백진을 발견하게 됐고, 이들의 만남은 이후 두 사람의 케미와 활약을 기대케 했다.
사진=‘아르곤’ 캡처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열정적인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내는 ‘아르곤’은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김주혁과 천우희의 첫 드라마 출연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였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안방극장의 기대는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김주혁과 천우희는 이 같은 기대를 연기로 화답했다.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구탱이형’으로 불리며 친근한 매력을 자랑했던 김주혁은 ‘아르곤’을 통해 예능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어냈다. 김주혁은 시청자들에겐 수트 입은 지적인 젠틀맨으로, 방송사 사람들에겐 싸이코라고 불리는 김백진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정확한 발음과 카리스마는 실제 앵커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천우희 또한 첫 드라마 도전임에도 어색함은 없었다. 천우희는 이연화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이제 일을 막 시작한 막내기자의 어리바리함과 용병기자의 설움을 제대로 표현했다. 천우희는 계약직 기자이자, 사람들의 배척으로 주눅 들고 의기소침해 있지만,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발로 뛰고 움직이는 이연화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다시 한 번 그녀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끔 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주혁과 천우희의 연기력은 ‘아르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주혁과 천우희 뿐 아니라 박원상, 이승준, 신현빈, 박희본 등 연기구멍을 찾아볼 수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아르곤’의 보는 맛을 높였다.
한편 ‘아르곤’은 매주 월화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