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자영업 실패의 늪 '사회적 경제' 다리로 건널 수 있다

우석훈 박사, 오늘 서울경제 백상경제연구원 '퇴근길 인문학' 강연

"불황에 조기퇴직 내몰린 직장인

성공 확률 낮은 자영업 선택 대신

농협·서울우유 등 마을 공동체 기반

사회적 경제 참여가 현명한 방법"



“불황이 계속되면 사회적 경제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929년 대공황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무솔리니의 파시즘 아래에서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이 경제의 핵심축이 됐고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이 지역적으로 형성된 때는 패전 후 궁핍한 시기였듯이 사회적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때는 대부분 경제 불안기였으니까요.”

6일 서울도서관에서 열리는 ‘내 인생으로의 출근-퇴근길 인문학’의 두 번째 강연을 맡은 우석훈(사진) 경제학 박사는 “저성장시대가 계속되는 요즈음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왕 해야 한다면 알고 시작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면서 이번 강연의 주제를 소개했다. ‘퇴근길 인문학’은 서울경제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도서관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무료 강연회로 직장인들이 숨 가쁘게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쉼표 같은 인문학 콘서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른 퇴직 후 성공 확률이 낮은 자영업자의 길로 내몰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사는 직장인들의 절박한 현실이다. 그는 “자영업 창업이 실패해 저소득계층으로 추락하는 극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적 경제에 참여해보는 것이 우리 사회가 더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사회적’이라는 단어 때문에 진보적 좌파의 주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 경제’는 정치적 이념, 개인적 철학과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 1960년대 새마을운동과 농협이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사례라는 것. 우 박사는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한 일 중 하나가 농협을 설립해 농민에 대한 통치 기반을 만든 것이고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한 해 농협에서 축산 부분을 떼 내 축협을 만들었다. 게다가 협동조합법을 통과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 때”라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농협이나 축협을 사회적 경제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지나친 정부 주도의 운영방식에다가 정해놓은 법과 규정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백 년간 자본주의가 성장해온 유럽의 사회적 경제는 점진적이고 자발적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한국은 자본주의 경제가 고속 압축 성장해온 탓에 사회적 경제는 개념조차 공유하기 어려웠다”면서 “용어가 일부 새로울 수 있고 법이나 제도와 상관없이 움직이던 영역을 다시 정의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경제는 그동안 우리에게 없었던 형태가 아니다. 다만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사회적 경제의 규모를 키워가려면 더 많은 경험치를 축적해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경제는 구성원들의 참여, 즉 마을 공동체가 핵심 동력이다. 그는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사업거리를 만들고 그들이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협동조합을 포함해 모든 사회적 경제가 낮은 임금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서울우유 같은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20년대 여성에게도 공부와 사회 진출의 길을 터주면서 등장한 ‘신여성’의 본산지가 서울이었듯이 사회적 경제도 마포구 성미산마을 같은 공동체가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에서 다양한 형태의 경험이 쌓여가고 여론이 형성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참여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정부는 법과 제도를 손질해 지역의 농협과 축협 등 기존 사회적 경제의 틀을 잡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노멀 시대의 사회적 경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강연에서 우 박사는 사회적 경제의 실체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위스·이탈리아 등 해외의 대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현황을 짚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퇴근길 인문학은 오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7시 서울도서관 1층 생각마루와 4층 사서교육장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도서관 정보서비스과(02-2133-0242)로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