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매각 결렬]무리한 매각 강행에 판로·실적 훼손...상처만 남긴 産銀의 딜

박삼구 인수 가능성 여전하지만

채권단 헐값 매각 비판 거세

최소 2~3년 체질개선 작업 필요

재매각 절차 개시 시점이 변수

0615A13 금호타이어실적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인수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하면서 더블스타와의 매매계약 자체가 해지될 공산이 커졌다. 더블스타로서는 금호타이어의 우발채무와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당초 인하 요구 폭인 16.2%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은 지난해 9월 매각 공고 시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여전히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게 되지만 채권단이 재매각 절차를 언제 재개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채권단, 더블스타 요구 거부 속내는=채권단이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한 것은 헐값 매각에 대한 논란이 큰 상황에서 요구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번 딜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속내가 감지된다. 실제로 더블스타가 최초 가격 인하를 요구했던 지난달 중순께만 하더라도 채권단은 충분히 깎아줄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금호타이어가 통상임금 2심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노조와의 다른 소송들이 남아 있고 통상임금 소송 역시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서 우발채무 부분을 놓고만 봐도 더블스타가 요구한 16.2%의 인하 폭 이상도 수용 가능하다는 게 채권단 입장이었다. 지난 1일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상에서 채권단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로 결정하면서 매각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당초 계약의 가격 조정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고 했다.

0615A13 금호타이어매각일지수정


그러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매각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 차원에서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도 산은 입장에서 또 다른 부담이다. 올 3월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데다 자칫 중국과의 국가적 분쟁으로 비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단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끝에 매각 작업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박 회장에 대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 사임을 권고하는 등 경영권 박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번 매각 무산의 책임을 박 회장에게 돌려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박삼구 회장 인수 가능성 여전하지만 시점이 변수=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무산되면 우선매수권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던 박 회장의 계획은 무산된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회장의 인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투자자를 모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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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이번 딜이 무산되면 채권단이 언제 금호타이어의 재매각 절차를 진행할지다. 올 초부터 불거진 매각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금호타이어는 상반기 5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가뜩이나 헐값 매각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당장 매각 작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매각 작업이 무산된 데 따라 산업은행 등이 그대로 금호타이어 대주주로 남게 되고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진행한 후 매각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작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박 회장에 대한 해임 권고를 한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특히 산은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최근 산은의 자회사 관리 업무를 기존 산업금융과에서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기업구조개선과로 이전한 것 역시 금호타이어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으로서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소 2~3년의 체질개선 작업이 지나서야 매수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채권단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산은이 방위산업체로 분류되는 금호타이어를 정부의 사전 승인도 없이 더블스타에 서둘러 매각하려고 하면서 기술 유출 및 일자리 축소 우려가 컸다. 또 매각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해외 고객들이 이탈하는 등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가치 역시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작업이 무산된 것은 산은 스스로 자초한 성격이 크다”면서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을 훼손시킨 산은이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일범·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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