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새 정부 공약 실천 한다며…조직부터 늘리는 공정위·금융위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 신설한 뒤 최대 규모 증원

금융위, 금융민주화 전담조직 만들어 덩치 키우기

"통합금융감독권 놓고 보이지 않는 기싸움" 분석

국세청·산업부·조달청 등 他부처도 조직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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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기업집단국과 디지털조사분석과를 신설한 뒤 6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1997년 기획관리관 및 심판관리관을 신설하면서 정원이 62명 늘어난 후 최대 규모의 증원이었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곳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공약 이행을 위한 핵심 부서다. 이번에 60명이 늘어나면 정원이 595명까지 불어난다.

또 다른 위원회 조직인 금융위원회도 ‘금융민주화’ 전담조직을 새로 만든다. 현재로서는 국장급이 단장을 맡는 별도 정원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금융 부문 경제 민주화 과제를 전담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경쟁적으로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역대 최고 수준의 조직 확대를 예고하고 있고 금융위는 지난 정부의 금융현장지원단을 대체하는 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 실행을 위한 것이라지만 이를 명분으로 조직 확대에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만 놓고 보면 새 정부 들어 조직 확대 속도가 가파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정원이 21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올해의 60명 증원은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기업집단국 신설을 공약한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조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력 증원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한 결과다.


금융위는 옛 금융현장지원단보다 조직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현장지원단은 국장급 1명에 4급 1명 등 총 8명이었는데 이번에는 4급 상당 자리를 최소 2명 이상으로 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 복합감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은 현장점검 업무와 달리 관계 부처의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지난 번 현장지원단보다 큰 규모여야 하는데 행자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숫자가 안 맞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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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서는 새 정부 경제민주화의 선봉에 있는 두 부처가 이슈 선점을 위해 앞다퉈 인력과 조직을 키우려 한다고 보고 있다. 통합금융감독권을 놓고 두 부처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통합금융감독권을 어느 위원회가 갖느냐에 따라 조직의 위상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약 이행을 위해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를 이유로 조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새 정부의 전위부대 격인 두 위원회의 조직이 커지는 게 기업과 시장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위원회를 보좌하는 사무국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실무 인원만 두려고 했던 금융위의 경우 업무 과다를 이유로 꾸준히 조직을 키워 6월 말 현재 인력이 268명이나 된다. 금융위는 ‘관(官)’의 조직 확대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지금도 손꼽힌다.

두 부처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각 부처의 조직 확대 경향이 두드러진다. 공평과세와 대기업·고소득층에 대한 세원 관리를 전면에 내세운 국세청은 내년에만 300여명을 새로 뽑는다.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향후 4년간 6,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줄었지만 종교인 과세 전담 인력으로만 106명을 충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에너지와 통상 라인 조직 확대를 내부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공약에 맞춰 7월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새로 만들면서 18명을 늘렸고 주거복지와 지역균형발전 분야도 인원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 조달청도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정한 조달 시장 조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달정책팀(TF)을 최근 신설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에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추가 채용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부처의 조직과 몸집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약 61만3,000명 수준이었던 국가공무원 수는 올해 63만1,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복지 확대 및 공공서비스 강화라는 정책에 맞춰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관련 부처의 예산과 조직이 커지고 있다”며 “새 정부 철학을 이행하기 위해서라지만 그 와중에 관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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