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이지 않는 손'에 밀려…박인규 결국 물러나나

[박인규 회장 입건…흔들리는 DGB금융]

경찰 대구銀 본점 등 압수수색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본격화

BNK금융 후임 놓고 내홍 격화

지방금융지주 지배구조 난기류





대구은행에 대한 경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박인규(사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후임 회장 선출 절차가 차질을 빚고 있는 BNK금융에 이어 DGB금융까지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지방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5일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구은행을 압수수색하고 박 은행장과 은행 간부급 직원 5명 등 총 6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매달 수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투서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의 비공개 내사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는 등 박 회장에 대한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 회장은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본인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박 회장은 “사태 수습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내부 동요 차단에 애를 썼지만 이날 경찰이 직접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거취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최근에는 박 회장이 외부와의 약속을 전면 취소하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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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 사태를 정권교체 이후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금융지주 후임 인사에 개입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지배구조가 취약한데다 정치권과 줄을 대고 있는 내·외부 인사나 노조가 틈만 나면 경영진 흔들기에 나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취임, 올해 3월 재선임돼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다. 하지만 연임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취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 비자금 사태로 스스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박 회장은 대구상고와 영남대 출신으로 금융권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인사로 알려졌다. DGB금융 내부에서도 지난해부터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DGB금융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0.9% 감소한 1,8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재연임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온갖 루머와 투서들이 난무했다”며 “정권교체와 함께 더 증폭돼 결국에는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말했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이달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서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권한대행과 김지완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대결구도다. 경남은행 노조는 이날 외부인사 후보인 김 전 부회장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선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갖고 총력투쟁을 선포하는 등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황정원·조권형기자 대구=손성락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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