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구멍 뚫린 한중FTA] 도 넘은 방송·브랜드 베끼기...지재권 협정 유명무실

'효리네민박' '삼시세끼' 등 표절에

국내기업 상표 해외도용 中이 태반

中 자국업체 보호에 소송도 어려워

중국 업체와 방송사들의 도를 넘은 한국 브랜드·프로그램 베끼기가 자행되고 있는데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몇 년 간 세금을 써가며 맺은 협정이 국내 기업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후난위성TV는 최근 웨이보를 통해 다음달 새 예능프로그램 ‘친애하는 객잔’을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방송은 연예인 등 유명인 부부가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리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후난위성TV가 방송 일정을 밝히자 곧바로 표절 시비가 붙었다. 친애하는 객잔이 국내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효리네민박’을 대놓고 베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삼시세끼’를 따라한 ‘동경하는생활’, ‘윤식당’을 베낀 ‘중찬팅’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표절 방송을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인기 힙합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그대로 따라한 ‘랩오브차이나’도 방송됐다.


국내 디저트 업체인 카페 설빙도 표절에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현지 업체가 메뉴와 인테리어를 베낀 짝퉁 상표를 등록하면서다. 파리바게뜨를 모방한 파리필링이라는 상표가 발견돼 현지 법인이 소송전을 벌인 적도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에서 한국기업 상표가 도용된 사례는 1,019건, 이 가운데 중국이 1,005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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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몰염치한 지식재산권 베끼기를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 한중 FTA 지식재산권 협정(15장)이 유명무실한 현실이다. 한중 FTA 지재권 협정은 저작권과 유사 상표 등을 금지할 권리를 부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한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중국 법원에 이 같은 저작권 소송을 걸어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대놓고 보호하기 때문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체들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힘을 쓰기는 어렵다”며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협정 위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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