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미국에서 유학 중인 둘째 아들로부터 ‘부양료 청구 소송’을 당했지만 대법원이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양육의무가 있는 아버지로서 2년 치 대학교 등록금을 포함한 생활비 1억4,000여만원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2010년 15살이 되던 해 둘째 아들은 A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첫째처럼 유학을 떠났다. A씨는 자신의 뜻을 거스른 둘째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일절 지원하지 않았다. 이는 가족 내 갈등의 불씨가 됐고 마찰을 빚던 부인과 A씨는 별거를 시작했다.
2014년 미국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명문 사립대학교에 입학한 둘째는 막대한 등록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지난해 부부가 이혼 소송에 들어가자 둘째는 양육자인 어머니의 변호사를 통해 A씨를 상대로 2016∼2017년 봄·가을학기 학비·기숙사비 등 1억4,464만원을 부양료로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둘째 측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성년 자녀가 큰 폭으로 증가한 현실을 고려해 A씨가 부양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미국·영국·이탈리아의 사례를 들어 대학생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다는 근거를 더했다.
그러나 김창석 대법원 3부 주심 대법관은 둘째의 재항고를 기각하며 A씨가 등록금을 포함한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본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판례상 성인이 된 자녀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이고 부모가 사회적 지위에 맞는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여력이 있을 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둘째가 요구하는 억대의 유학비는 부모가 지원할 의무가 있는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한도를 넘어 A씨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미성년 자녀와 성격이 달라 어디까지나 2차적 의무에 불과하다는 점을 재검토한 결정”이라 전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