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기업가를 머슴으로"..."30년전 잣대 IT규제"...쏟아지는 '김상조 성토'

■정치권·네티즌까지 번진 '김상조 발언' 파장

안철수 “삼류(정치)가 일류(기업)를 깔 본 셈” 이준석 “이해진, 배울 것 많아”

이재웅 "공개적으로 비평하는 건 부적절...우리 사회서 기업가 존중받아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비판·질책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사과 표명





“정치가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경영자로 자극되고 많은 것을 보여준 인물이다.”(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절하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이고 벤처기업가 출신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자수성가’ 기업인을 낮춰 보고 IT에 대한 이해 없이 규제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정부 고위관료를 성토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김 위원장은 결국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중하겠다”며 사과했다. ★본지 9월11일자 1·2면 참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이 전 의장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 적이 있다”며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삼류(정치)가 일류(기업)를 깔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국내 대표 사이버 보안 업체인 ‘안랩’을 설립한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특히 안 대표는 벤처인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이 전 의장과 자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내에서 벤처기업 성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 대표가 작심하고 내놓은 강도 높은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미워하면서도 존경한 것”이라며 “이 전 의장은 스티브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비전 같은 것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오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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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 벤처기업 ‘클라세스튜디오’를 창업해 이끈 경험이 있는 이준석 바른정당 최고위원 역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맨손으로 20조원의 가치가 넘는 기업을 일군 창업자에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르칠 것보다는 배울 점이 많다”며 “공정위는 기업이 불공정한 행위를 당하면 옆에 서서 지켜줘야 하는 위치이며 기업에 경영 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기업 경영에 훈수를 두기보다 ‘불공정거래 감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의장의 사업 성과를 잘 아는 국내 IT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의 핵심 개발자 출신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 전 의장은 보유 지분이 5%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적이 안 나오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멀리 있는 경영자보다 훨씬 더 자극되고 많은 것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네티즌(네이버ID yule****)은 “정부가 30년 전의 구식 잣대로 현재의 IT 산업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 기업가는 앞으로 스티브 잡스만큼 못할 거면 사업을 하지 말란 것이냐”고 비꼬았다.

이처럼 이 전 의장의 평가 발언을 둘러싸고 각종 비판과 우려 섞인 발언이 터져 나오자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민주화 관련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 앞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창업자의 정확하고 용기 있는 비판, 안 대표의 무서운 질책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공직자로서 더 자중하고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본연의 책임에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웅 창업자는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이튿날 새벽 페이스북에서 “정부 부처 장관이 기업가에 미래 비전이 없다는 등 비평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공식적인 의견”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들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혁신기업가들이 조금 더 존중 받고 즐겁게 혁신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재벌만 때려잡는 것보다 혁신기업과 기업가의 생태계를 키워내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더욱 좋은 방향”이라고 적었다. /지민구·빈난새기자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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