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얀마군 “로힝야족이 이슬람 사원 테러” 인종청소 비판 떠넘기기

군 최고사령관 "반군 테러범들이 마을 주민 공격"

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16일(현지시간) 테크나프에 있는 난민 캠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16일(현지시간) 테크나프에 있는 난민 캠프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미얀마군이 최근 발생한 이슬람 사원 폭탄 공격 사건의 배후로 로힝야족 반군을 지목했다. 미얀마군이 인권단체들과 외신들의 현장 접근을 막고 있어 사실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로힝야족 반군이 지난 21일 라카인 주 북부 부디다웅 지역의 이슬람 사원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슬림인) 마을 주민들이 집을 떠나길 원치 않자 테러범들은 공포를 일으키려고 예배 시간에 맞춰 폭발물을 터뜨렸다”면서 “이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사용된 폭발물은 ‘사제 지뢰’에 가까운 형태였으며, 이슬람 사원과 신학교 사이에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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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라카인 주 북부 지역은 출입이 통제돼 있기에 이런 주장의 진위는 아직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로힝야족 난민사태의 책임을 로힝야족 반군에 떠넘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군과 불교도 민병대 등이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마저 쫓아낼 목적으로 폭탄을 터뜨렸거나 사건을 조작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로힝야족이 다수 거주하는 라카인 주에서는 지난달 25일 대(對) 미얀마 항전을 선포한 ARSA가 경찰초소 30여곳을 급습한 것을 계기로 심각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마을을 불태우는 등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응수하면서 현재까지 43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미얀마 정부는 라카인 주 북부의 로힝야족 마을 중 거의 40%가 완전히 버려졌다고 전했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고향에 남은 로힝야족 주민들도 미얀마군으로부터 마을을 비우라는 위협을 받고 있으며, 곳곳에서 방화가 자행되고 있다고 미얀마군을 비판하고 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현지인들의 거듭된 위협 탓에 로힝야족 상당수가 공포에 사로잡혀 유엔 등이 추가적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군은 방글라데시로 대피한 로힝야족 난민의 귀환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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