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리뷰] ‘남한산성’ 380년 전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끼다

“38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영화 ‘남한산성’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1636년의 고민이 현대 시대를 여전히 관통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청의 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임금과 조정이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을 급박하면서도 섬세하고 묵묵하게 전한다.

출간 이후 총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과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으로 구성된 조합이 그 자체로 기대감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이 막강한 라인업이 펼친 밀도 있는 연기력은 메시지에 큰 힘을 싣는다.

‘남한산성’은 보다 깊은 여운을 주기 위해 영화의 톤을 러닝타임 내내 일관되게 가져가는 방법을 택했다. 15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전쟁의 다이내믹함, 격렬한 액션을 바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려함보다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의 첨예한 대립,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조(박해일)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조정이 내몰리고 내몰리다 남한산성에 갇히는 처지가 되자 최명길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헌은 청의 공격에 맞서 끝까지 대의를 지켜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놓는다. 이에 인조는 환경적으로 궁핍한 처지에서 청과 화친을 도모할지 조선의 지조를 지켜야 할지 끊임없이 번민한다.

관련기사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진퇴양난의 입지에서 힘없는 조선이 취할 차악의 태세는 무엇이었을까. ‘남한산성’은 그 고민을 관객들과 함께 해 나가길 원한다. 인조가 고려해야 할 점은 단순히 조정의 입장만이 아니었다. 그 보다 중요한 ‘백성’이었다. 영화는 인조, 최명길, 김상헌을 중점으로 다루면서도 틈틈이 대장장이 서날쇠(고수) 등 백성들의 참상을 비춘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좀체 평탄치 않은 형국에서 힘겨운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처지가 현대 서민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니리라. 세상은 풍족해졌다고 하지만 부의 양극화, 상대적 박탈감, 각종 부패 등 문제가 날로 심해지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캐릭터상으로 대립하는 만큼 이병헌과 김윤석의 첫 내면 연기 대결도 눈여겨 볼 만한데, 서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은 날카롭고 냉정한 눈빛으로 이성적 신념을 설득시키려 한다. 김윤석은 김상헌 역을 통해 백성을 위한 길을 고민하는 김상헌의 따스하고도 묵직한 내면을 압도적 열연으로 보여준다.

인조 역의 박해일, 대장장이 서날쇠 역의 고수는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 변신을 잘 소화했다. 남한산성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 역의 박희순, 조선 천민 출신으로 청의 관직에 오른 역관 정명수 역의 조우진은 그간의 연기 내공을 캐릭터에 압축시켰다. 새로운 조합으로 나선 이들의 케미가 때로는 비장하면서 서늘하고, 때로는 무척이나 뜨겁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균일하게 치닫는 기술로 배우들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다.

‘남한산성’의 최종 관전 포인트는 극단적인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를 설득하고 통합해 나가는지 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올해 초에도 그랬듯, 병자호란 못지않은 국가적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럴 때를 대비케 하는 작품이 아닐까. 10월 3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