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휴] 1,600년 고찰 가는 길, 만추의 물안개 피어오르다

■자연·역사 숨어있는 김천

아침 물안개 그윽한 기날저수지

신라 불교 선도의 요람 직지사

굽이치는 무흘구곡 계곡도 볼만

김천 기날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새벽 여명을 뒤덮을 기세다.김천 기날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새벽 여명을 뒤덮을 기세다.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을이 가까이 왔음은 대항면 기날 저수지의 물 분자들이 차가운 새벽 기온을 못 견뎌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침 해를 가릴 기세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뒤로하고 직지사를 찾았다. 일주문을 지나치자 도천사지 삼층석탑 사이로 대웅전이 마주 보였다. 파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볕이 절 마당에 깔린 모래에 반사됐다. 절을 둘러싼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튼 절은 조요(照耀)했다.

418년에 창건된 직지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 중 하나다. 하지만 418년이라는 연대에 신빙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직지사 사적기에 남은 기록으로 공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지사의 역사를 거슬러 더듬어보기로 했다. 원래 김천 일대는 감문국이라는 고대국가의 세력권에 있었다. 그러던 중 231년 신라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그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라는 그때까지 불교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야 불교를 종교가 아닌 정치적 이념으로 수용했을 뿐이다. 이후 고구려의 아도화상이 신라로 들어와 포교에 나섰다. 때는 19대 눌지왕의 시기였는데, 그 무렵 성국공주의 병이 깊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도화상은 공주를 찾아 향을 살라 향기를 맡게 했는데 향내를 맡은 성국공주가 기운을 차렸다. 공주의 병을 고친 아도화상은 눌지왕으로부터 포교를 허락받고 일선주(一善州, 지금의 선산)에 도리사라는 절을 짓게 됐다. 그때가 418년이었다. 직지사의 기원은 이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418년에 창건된 직지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중의 하나다. 하지만 418년이라는 연대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418년에 창건된 직지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중의 하나다. 하지만 418년이라는 연대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직지사라는 이름이 붙게 된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선종에서 깨달음을 설명한 말로 교학에 의지하지 않고 참선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에서 나왔다는 주장이고 두 번째는 아도화상이 절터를 잡을 때 태조산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앞이 트인 벌판이 바라보여 황악산을 손가락(指)으로 가리키며(直) ‘저기가 내가 찾던 명당’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기원이야 어쨌건 직지사는 신라 불교를 선도했던 요람이자 토대였다.

직지사는 신라시대에 크게 번성했다. 이후 고려 초기 다시 한 번 세를 확장했다. 견훤과 왕건이 팔공산에서 전투를 벌일 때 직지사 주지 능여조사가 패퇴한 왕건을 도와 견훤을 물리쳤고 훗날 고려를 세운 왕건이 이의 보답으로 전답을 하사하면서 세를 불리게 된다.


직지사는 사명대사와도 인연이 있다. 사명대사가 출가 득도한 절이 바로 이곳으로 그는 훗날 이 절 주지까지 지냈다. 직지사는 난리통에 사명당의 근거였다는 이유로 왜군들에게 초토화됐다. 전란이 끝난 후 파괴된 건물이 하나둘씩 복원돼 마침내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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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흘구곡중 김천쪽에 있는 와룡암.무흘구곡중 김천쪽에 있는 와룡암.


직지사를 나와 김천시내로 진입하면 연화지와 봉황대를 들러볼 만하다.

연화지는 조선시대 저수지로 쓰이던 못인데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잎이 무성하다. 사람들은 연잎이 많아 못의 이름이 연화지인 것으로 알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다. 연화지라는 이름은 300년 전 김천에 부임한 윤택이라는 군수의 꿈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군수가 꾼 꿈에서 솔개가 못에서 날아오르다 봉황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군수는 솔개가 용으로 변했다는 의미로 솔개 연(鳶)에 변할 화(化)자를 써 연화지로 부르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이곳의 이름을 연꽃이 무성해 붙은 것으로 생각한다.

연화지 주변은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었지만 못 주위에 벚나무가 식재돼 벚꽃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연인들과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김천의 자연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성주와 김천을 이어 흐르는 대가천(大家川)의 무흘구곡(武屹九曲)을 찾아봐야 한다. 대가천은 증산면 청암사와 수도암 계곡, 원황점마을의 옥류계곡에서 시작되는 하천으로 성주댐을 거쳐 고령 방면으로 이어진다. 총연장 35㎞의 계곡 풍경이 아름답다. 무흘구곡은 조선 중기의 문신 정구(鄭逑)가 남긴 칠언절구(七言絶句) 아홉 편과 대가천 절경의 아홉 굽이를 함께 이르는 것이다.

봉비암(鳳飛巖), 한강대(寒岡臺), 무학정(舞鶴亭) 선바위, 사인암(捨印巖), 옥류동(玉流洞), 만월담(萬月潭), 와룡암(臥龍巖), 용추(龍湫) 중 옥류동까지 다섯 곡은 성주에, 이후 네 굽이는 김천에 있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할 수 있다. /글·사진(김천)=우현석객원기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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