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외곽팀(민간인 댓글부대) 동원 여론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추석 연휴 중 기소할 방침이다. 민 전 단장의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범으로 판단해 함께 기소할 계획이다.
28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구속영장 만기가 추석 연휴내에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기소할 것”이라며 “범죄사실 중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선 원 전 원장을 공범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 재임 시절인 2010~2012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 운동과 정치 관여 활동을 하도록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민 전 단장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70억원에 이르는 국가예산을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과 민 전 단장이 공모해 이 같은 범행을 함께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손실 혐의로 원 전 원장을 우선 기소하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확인될때마다 법리를 검토해 별도 범죄라고 판단되면 계속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국고손실 혐의 외에도 문화·연예계 인사나 정치계 인사에 대한 퇴출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에 국정원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피해자 조사도 할 계획이다. 연휴 직전인 29일에는 ‘언론인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한학수 MBC PD를 불러 피해 상황을 조사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자회사 ‘양지공사’ 자금 일부가 외곽팀 운영에 쓰였다고 의심할 단서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대 150여명의 양지회 회원들은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 활동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적으로 외곽팀 활동 자금은 국정원 담당 직원이 외곽팀장에게 전해주는 방식으로 지급됐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이 양지회 외곽팀의 활동 공간인 사이버 동호회를 지원한 점 등을 고려해 양지공사를 통해 양지회에도 우회 지원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파악 중이다. 양지회가 100% 지분을 가진 양지공사는 국정원 청사 관리와 경비용역 등을 독점해 연간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양지공사에 들어간 자금 전부가 이상하다 이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검찰은 양지회에 지급한 돈 가운데 정당한 용역 업무 대가로 보기 어려운 자금을 추려냈고, 현재까지 원 전 원장 등의 비자금 조성 등을 의심하거나 수사를 확대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