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개선 협의문 발표를 계기로 양국 정상은 내년 2월까지 최대 네 번이나 만남을 갖는 등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며 신중한 대중 관계 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안보 문제는 중국과 타협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전략을 취해야 ‘제2의, 제3의 사드 보복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의 수출 및 외교 전략을 한층 다변화해야 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중국이 언제 다시 경제보복이나 외교적 압박을 취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중동·동남아시아 등과의 교류를 한층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APEC→방중→한중일→평창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날 듯=현재의 전망대로라면 한중 정상은 내년 2월까지 총 네 번, 한 달에 한 번꼴로 얼굴을 맞댈 수 있다. 당장 11월 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정상회담이 확정됐고 연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한중일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시진핑 주석을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 초청한 상태다.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걸림돌이 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는 회담의 공식 의제에서 빠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 측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이고 우리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일단 양측이 해당 사안을 문제 삼지 않고 대승적으로 ‘봉인’하기로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2월까지 네 차례의 만남에서 한중 정상은 과거지향적인 갈등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스탠더드미사일(SM)-3’ 국내 도입 가능성 등을 놓고 또다시 중국이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는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고, 경제 부문에서는 중국이 중요하지만 그러나 안보와 경제가 충돌하면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우리나라로서는) 안보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명확한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측에 계속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 사드와 비슷한 일이 터질 수 있고 그러면 또다시 경제보복을 당하는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국제압박에 중국도 한층 힘 보탤 듯=이번 협의문 발표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에 중국은 한층 힘을 보탤 것을 보인다. 한중은 협의문에서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며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재천명했다”고 명시했다. 물론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입장과 같은 것이지만 한중 관계가 복원된 만큼 우리 측 목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방문에서 시 주석에게 대북 압박 동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한 후 8일 중국을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측에서 이번 한중 협의문 발표가 한반도 안정화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미국도 좋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 중국 의존도 지속 낮추되 활용할 부분은 활용해야=한중 경협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협의문에 담긴 것 외에도 ‘한중 간 따뜻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중국이 여러 분야에 적극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수출의 4분의1이 중국으로 가는 등 그동안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부메랑이 된 것을 봐왔다”며 “이번 협의도 사드와 관련해 ‘봉인’에 그쳤으므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동남아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중국의 서비스산업이 빠르게 커가고 있어 이 부분을 노릴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