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트럭 테러 용의자에게 ‘사형 판결’을 촉구하는 한편 이번 테러를 계기로 이민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보겠다고 초강경 카드를 집어들면서 미국 사회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언론들과 야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위기를 덮기 위해 테러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트럭 테러 다음날인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테러 용의자인) 사이풀로 사이포브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그는 8명을 죽이고 12명을 크게 다치게 했으며 자신의 병실에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을 걸어달라고 요청하면서 행복해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총에 맞아 병원에 이송된 사이포브가 죄책감 없이 범행을 자랑스러워했다는 보도에 대해 논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테러의 원인이 미국 이민제도에 있다며 영주권 허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비자추첨제’를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며 “우리는 점수 기반의 이민정책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 비자추첨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자추첨제는 미 영주권을 취득하는 방법 중 가족초청·고용 이외의 방법으로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서 신청서를 받아 무작위 추첨하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학력·고용 등으로 점수를 산출해 영주권을 발급하는 ‘메리트(성과) 시스템’으로 이민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라스베이거스 참사 때 총기규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가 저지른 테러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관심을 테러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형’ 언급에 대해서도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법원이 증거 하나 검토해보기도 전에 법정 최고형을 촉구했다”며 “이는 도리어 피고 측 변호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론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적 비극을 정치 쟁점화하고 미국을 분열시키기 이전에 머리를 맞대고 실제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용의자 사이포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테러가 IS와 연계된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이 또 한 명의 용의자인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무함마드조이르 카디로프(32)를 검거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가 단독 범행이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I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던 공격 방법 등을 사이포브가 정확하게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