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트렌드 예측과 일자리 통계

황수경 통계청장

황수경 통계청장


서점에 들러보니 벌써 2018년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 조금 놀랐다. 매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도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지고 유망한 트렌드는 뭐가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래 트렌드를 제시한 책을 고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통계청의 사업체 조사 대상인 커피숍 프랜차이즈 회사 A는 설립 후 서울에 다수의 가맹점을 낼 정도로 성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1,000원 커피의 등장과 편의점·빵집도 경쟁 업체로 부상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9월부터 휴업하고 있다. 회사 대표는 올해 안에 사업을 재개할까 고민하고 있지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10m마다 하나씩 있는 상황에서 다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 본부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노하우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산업이 외형적으로 급성장하면서 가맹 본부의 갑질 논란 같은 불공정 관행, 과밀 점포 창업, 가맹점주 보호장치 미비 등 고질적인 문제를 노정해온 것도 사실이다.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자영업의 비중이 특히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의 어려움이 계속되면 산업의 존폐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통계가 정비돼야 한다. 통계청은 소규모 자영업의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 방지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해 영리법인체 통계를 기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중견기업·중기업·소기업으로 세분화해 제공하고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개인기업의 생멸통계도 개선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통계 모집단을 보완해 지역별·생멸·비교 통계 등 세부 프랜차이즈 통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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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도 현재 27.3% 수준인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려 선진국 수준에 맞추겠다는 목표가 제시된 바 있다. 자영업과 프랜차이즈 통계 개발이 완료되면 중소기업의 창업 및 일자리 정책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 제공이 가능해지고 프랜차이즈 과밀 업종 구조 개선 등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의 역량 강화 및 동반성장 지원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트렌드 예측은 틀릴 수도 있고 틀려도 그만이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 로드맵은 국민의 삶과 직결돼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일자리 정책 로드맵이 수립 단계부터 현실성을 갖고 목표를 향해 힘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통계를 기반으로 해야 하고 정확한 통계가 단계별로 피드백과 정책 조정의 기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 로드맵이 계획대로 착실히 추진돼 내년에는 우리 경제 상황과 국민들의 삶에 청신호가 켜지기를 기대한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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