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한]안보에 밀려 경제 뒷전...트럼프 방한에도 착잡한 재계

통상갈등 등 현안 산적인데

경제인과 트럼프 만남 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계 총수와의 만남이 성사됐다면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지 않았겠어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만난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안타까움부터 드러냈다. 한미 간 통상 갈등이 빈발하고 있는 때 트럼프 방한을 국면전환의 호기로 삼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무역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죽고 죽이는 게임이 아니지 않느냐”며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 협정이라는 점을 우리 기업인들이 직접 전달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바라보는 재계는 착잡하기 그지없다. “경제가 정치·안보 이슈에 밀려 뒷전이 됐다”며 낙담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양국 간 최대 현안으로 꼽히고 있는데도 어떤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회가 된다면 (트럼프와) 재계 총수와의 면담이나 이런 비슷한 일정이 있었으면 했다”며 “하지만 기업 쪽에 아무런 신호가 없었고 기업에 요청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수출 기업의 역할이 큰데 지금 이 정부에서 경제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음이 다시 증명된 게 아니냐”며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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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재계 총수 간 회동이 성사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짧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트럼프의 한국 체류 시간이 25시간에 불과해 일정자체가 너무 촉박하고 방한 명단에 미국 상무부 장관(윌버 로스)도 빠져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한 인사를 보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에 가까워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다른 임원도 “북핵이 최대 이슈라고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실망스럽다”고 거들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도 통상 갈등만 있을 뿐 원만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만약 회동이 준비됐다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나 경제단체가 트럼프를 초청하는 형태가 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정부 들어 경제단체의 위상이 쪼그라들었고 트럼프도 내년 11월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무역역조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는 데 집착할 수밖에 없어 여건 자체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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