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안개로 무산된 DMZ 깜짝방문 "한미동맹 강력한 메시지 전달"

헬기로 파주까지 갔다가 기상악화로 회항

文 대통령 중간 軍 기지 착륙해 육로 이동

전날 정상회담 文 동행 제안…트럼프 수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경기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해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리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경기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해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리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대북 최접경 지역인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깜짝 방문하려다 기상 악화로 발길을 돌렸다. 사상 최초로 양국 정상이 함께 DMZ를 찾아 북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과시하려 했지만 결국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날씨 때문에 헬기가 착륙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취소됐다”면서 “문 대통령도 헬기로 이동하다가 안개 때문에 인근 군 기지에 착륙해 차량으로 DMZ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다가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9시까지 기상 상황을 지켜보며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9시3분께 차량으로 DMZ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헬기인 ‘마린원’으로 이동하던 중 파주 근처에서 회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기상 악화 시 중간에 착륙할 곳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없어서 결국 회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의 DMZ 동반 방문 계획은 전날 단독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DMZ를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비서실에서 그런 일정 제안이 있어 고민 중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셔서 DMZ 상황을 보시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도 동행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이 가주시면 저도 가겠다”고 화답했다. 예정에 없던 DMZ 방문 일정이 확정됐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두 정상의 방문 계획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전7시30분께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를 떠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DMZ를 깜짝 방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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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DMZ 방문에 대한 양국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10분 단위로 우리에게 방문 의지를 전달하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면서 “빈틈없는 한미동맹과 평화수호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동반 방문은 불발됐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DMZ를 방문한 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한미 현직 대통령이 함께 DMZ를 찾은 적은 없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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