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민자사업, 포기하면 안 된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






현재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 심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429조원으로 올해보다 28조4,000억원(7.1%) 증액 편성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20% 삭감됐다. 이 같은 SOC 예산 수준이 국가의 지속 성장과 지역균형발전, 국민의 안전과 편의성 증대를 위해 과연 적정한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경제 성장을 위해 SOC 예산은 증액돼야 한다. 특히 낙후 지역의 발전을 위한 신규 SOC 확충을 위해 사업 타당성 분석과 설계 등의 예산 확보를 해야 하고, 재해·재난 예방시설, 노후 인프라 성능 개선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사회복지·교육·국방 등의 예산이 증대되고 있어 재정만으로 모든 분야의 투자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민자 사업 활성화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현재 민자 시장은 ‘개점휴업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자 사업은 지난 2010년 51건에 민간 투자비는 7조5,000억원이었으나 2016년에는 6건에 1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정부가 SOC 확충에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하기보다 오히려 민간의 투자 의욕을 꺾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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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정부는 7월 당초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오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재정 사업으로 전환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중 안성-세종 구간은 민간 사업자가 10년에 걸쳐 준비해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지 두 달 만에 민간 제안 사업 철회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변경은 지난 10년간의 공든 탑이 무너짐과 동시에 민자 사업에 대한 정부 신뢰도를 실추시켰다.

민자 사업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재정 사업보다 높은 이용료 등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편이다. 2009년에 MRG가 폐지됐고 민자 도로와 재정 도로 간 요금 격차도 많이 줄었다. 사업 환경이 많이 변화했는데도 민자 사업은 여전히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것 같다.

민자 사업은 민간의 풍부한 자금이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 부문보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부족한 SOC 재원의 보완뿐 아니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묘안이 될 수 있다.

민자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려면 투명성·시장성·경쟁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투명성은 민간 투자 정책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민자 사업은 장기 투자 사업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 없이는 장기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시장성은 국민, 민간 사업자, 정부, 금융기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책의 투명성과 시장성이 보장되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난다. 경쟁성은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민자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민간 투자 정책에 대한 정부 신뢰성 회복이 필요하다. 즉 불확실한 정부 리스크를 최소화해 정부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민자 사업,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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