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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채비’ 고두심X김성균 “슬픔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다”

“감정이 복받치는 순간이 다 다르더라.”

영화 ‘채비’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엄마와 자식이라는 보편적인 관계를 그려낸 만큼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자아내는 감정은 우리가 평소 느끼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배우 고두심과 김성균은 말한다. ‘채비’는 그렇기에 착한 영화고 좋은 영화라고.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채비’ 주역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극 중 애순, 인규와 마찬가지로 이날 고두심과 김성균도 나란히 앉아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모자 케미’가 느껴졌다.

배우 고두심,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배우 고두심,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아들 인규(김성균)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영화.

사실 예측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시한부 노모와 지적장애인 아들의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슬픔을 의도하고 감동을 의도한지 빤히 예상되기도 한다. ‘채비’도 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한 변주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영화 속 이들의 생활과 현실 삶의 괴리를 줄인다. 그러다보니 보는 이들마다 깊게 다가오는 부분이 다르다. ‘채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를 보니까 사람들이 각기 감정이 복받치는 순간이 다 다르더라. 어떤 지점에서 다들 함께 해야 하는 지점이 없고 들쑥날쑥 여기저기서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봤다. 저 역시도 찍어놓고 보니까 그렇게까지 슬플 거라 생각 안했던 부분에서 복받침이 온다. 사람마다 환경과 느낌, 모든 것이 다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사는 것이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그런 지점이 특이하다. 편히 앉아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는 생각을 해봤다.”(고두심)


“시나리오는 더 심했다. 이 사람이 투자를 받기 위해 쓴 게 맞나 싶었다. 잘 보이려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재미있게 보이려 애쓴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대본은 그게 없다. ‘언덕을 올라가는 모자’, ‘인규: 엄마 밥 줘’ 식이다. 기교도 없고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있어야할 것만 적어 놨다.”(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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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김성균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화려하고 강렬한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그에게 ‘채비’는 다소 뻔한 내용이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소소한 것들이 쌓였을 때 마지막에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올드하다는 수식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김성균의 말대로 ‘짜치는’ 작품은 아니다.

배우 고두심,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배우 고두심, 김성균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밋밋하고 생활적이고 영화 같지 않은 영화다. 다큐 같으면서 평이한 느낌에서 울림과 감동이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월이 너무 빠르고 시대가 빨리 움직인다. 6학년 넘은 사람들은 쫓아가지 못하는 마음에 짜증 아닌 짜증도 낸다. 사실 한 번쯤은 쉼표를 찍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을 정도로 빨리 가버리는 시대다. 감각적인 영화나 드라마만 나오던 중 올드하지만 의미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가족의 힘에 포커스를 둬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두심)

앞서 고두심이 출연한 MBC ‘전원일기’부터 KBS2 ‘꽃보다 아름다워’,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저렇게 살아야 된다는 지표를 제시했다. 고두심은 ‘채비’ 역시 그런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강렬한 임팩트와 메시지보다는 평이하지만 따뜻한 가족의 힘이 크다고.

‘채비’라는 제목도 그렇다. 엄마가 아들을 떠날 채비를 한다는 내용이 영화제목 안에 모두 담겨있다. 제목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고두심 역시 처음에는 그런 걱정을 했다. 발가벗고 다 보여준 것 아닌가 싶었다고. 그러나 결국 모든 일은 다 채비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하니 제목에 대해서도 납득이 갔다.

“헤어짐에 있어서의 마음가짐도, 내가 여기서 화장실 가서 양치를 해야겠다고 의식을 가지는 것도 채비다. 그런 생각으로 찍었다. 자기를 등한시해서 모난 딸, 시한부 인생의 채비만 생각하면 너무 무겁다. 이 등치에 7살짜리 행동을 하면 얼마나 귀엽겠나. 아픈 상황이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다. 그 순간 웃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찍은 영화라 무겁지만도 않다. 순간순간 오는 감동이 다르다.”(고두심)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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