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세요.”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취미로 유도를 배우고 있는 필자도 자주 듣는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힘 빼기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힘을 빼고 골프를 치면 비거리가 늘고 유도의 메치기도 한결 부드러운 것을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힘 빼기’는 정말 어렵다. 어디 스포츠뿐이겠는가.
기업에도 ‘힘 빼기’는 꼭 필요하다. 관행과 형식을 타파하고 효율적이며 스피디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힘 빼기의 일환이다. 직원들이 원하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힘 빼기다. 도입한 기업들은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모두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셀 조직’도 마찬가지다. 업무와 인원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의사결정체계를 단축하면서 실행력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직장 내에서 상호 간 호칭을 ‘직명’에서 ‘○○○님’으로 부르는 것도 ‘힘 빼기’로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도 다양한 힘 빼기를 시도 중이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두껍고 딱딱한 결재판을 없앴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아주 사소한 힘 빼기였지만 보수적이던 회사 분위기가 바뀌고 업무처리가 빨라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에는 ‘갑질’ 예방을 위한 ‘힘 빼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갑질’이다. 힘을 빼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거래업체·고객·직원과의 관계에서 힘을 조금만 더 뺀다면 갑질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유도명언에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기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힘 빼기를 시도하는 것은 유능제강이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힘 빼기는 일하는 방식을 ‘소프트하고 스마트’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개인이 몸에 힘을 빼는 것도 어려운데 복잡한 조직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기업이 힘을 빼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도 조금만 더 빼 보자. 왜냐면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원 NH농협금융 준법지원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