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채무자대리인제 확대한다는데...금융권 "누가 빚 갚겠나" 한숨

국회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추진

"법 통과땐 채권추심업 자체 붕괴

채무회피 도덕적 해이 유발 우려"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추심자가 채무자를 직접 접촉할 수 없도록 한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 도입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정보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무자대리인제도가 결국에는 채무자의 빚 상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이렇게 되면 양성적인 채권추심업은 축소되고 음성적인 추심 시장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대부업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추심자는 채무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관련 우편을 발송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무리한 채권추심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7월 도입됐다. 현재는 금융감독원 감독 대상으로 등록된 대부 업체 500여곳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이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원들은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은행과 카드사·캐피털·저축은행 등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소비자 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이번 회기 안에는 법 통과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 법안 빅딜이 이뤄질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신용정보회사들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정기국회 폐회일(12월9일)까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여당의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업계는 막판까지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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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사들은 법안 통과 시 채권추심업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부 업계를 보면 전체 채권 100개 중 1개 미만에 대해 채무자 대리인이 선임되고 있다. 선임률은 낮지만 선임만 되면 회수율이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것이 신용정보 업계의 추산이다. 신용정보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리인이 선임되면 대리인을 통해서만 채무자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대리인들이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모든 것을 서면으로 보내도록 한다”면서 “채무자대리인제도가 확대되면 신용정보회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신용정보회사에 더는 채권추심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채무자대리인제도가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리인 선임이 지나치게 쉽고 수임 수수료만 내고 고의적으로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채권추심이 막히면 연체율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추심업 가이드라인이 엄연히 있고 추심 방법이 최근 몇 년간 이미 많이 건전하게 바뀌었는데 단순 전화·우편 등을 통한 설득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채무자에 대한 지나친 편들어주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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