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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영화제목②]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흥미와 흥행의 상관관계

사람에게 이름이 중요하듯, 영화 제목은 작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의 제목을 처음 접하곤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췌장을 먹는다’는 강렬한 이미지로 잔인한 고어물을 예상했을 것이다. 영화 제목에서 ‘췌장’이라는 단어를 쓴 사례 자체가 없었기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초반부터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지난달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일 당시에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개봉 이후 최근까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40만 관객을 돌파,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원작 소설이 출판된 당시 2016 일본 서점 대상 2위, 연간 베스트셀러 1위 등 누적 발행부수 250만 부를 돌파하며 열도를 뒤흔들었다. 영화는 제목에서 짐작할 만한 고어물이라는 예상을 깨고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청춘 드라마를 보여줬다. 이 같은 의외성에 관객들은 또 한 번 주목했고, 공감 가는 메시지에 눈물마저 흘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측은 흥행 요인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을 당시에도 자극적인 제목과 상반되는 풋풋한 첫사랑 같은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국내 개봉 초반에는 낯설고 독특한 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됐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 제목이 상징하는 깊은 뜻과 순수하고 감성적인 스토리가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더 큰 여운과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과 흥행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작품의 얼굴인 ‘제목’이 이색적이면 흥미를 끌 순 있어도 흥행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반반이다. 역대 개봉작 중에는 ‘므이’(18만 999명)‘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13만 7800명) ‘R.I.P.D’(10만 1460명) 지랄발광 17세’(8만 3258명) ‘긴급조치 19호’(4만 960명)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만 2570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만 430명) ‘세상의 끝까지 21일’(1만 9897명)‘릴리 슈슈의 모든 것’(8478명)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1162명) ‘시발, 놈: 인류의 시작’(1159명)‘ 등이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다.(영진위, 국내 기준, 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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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왕의 남자’는 천만 돌파작으로 역대 흥행영화 14위를 기록했으며, ‘색즉시공’(408만 명)과 ‘몽정기’(76만 3190명)는 시리즈로 탄생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 6054명) ‘음란서생’(257만 6022명) ‘광식이 동생 광태’(243만 200명)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1873명) ‘워낭소리’(293만 4435명)도 눈에 띄는 기록을 남겼다. 외화 가운데는 ‘모아나’(231만 206명) ‘디스트릭트 9’(85만 3859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8493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흥행지표를 떠나 훗날 작품성으로 제목이 각인된 경우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925명) ‘500일의 썸머’(28만 5914명) ‘초속 5센티미터’(2만 1448명) ‘28일 후’(6만 5000명) 등이 있다. 한 마디로 흥행 여부는 ‘복불복’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처음 한국에 출판됐을 때는 원제 그대로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그러다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꾸고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는 제목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바꾸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라며 “독특한 제목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작품성이 좋아야 흥행 할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리얼’을 독특한 제목으로 바꾼다고 해도 흥행했을까”라고 전했다.

결국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제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작품성이 받쳐주면 흥행과 직결된다. 제목은 일종의 ‘보험’이다. TV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직접 고르고 작품을 찾아봐야하는 폐쇄적인 분야다. 이 때문에 영화들은 포스터, 제목, 출연진, 감독이라는 ‘눈에 띄는 정보’에 힘을 주게 된다.

홍보비용을 많이 투입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영화일수록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단순 ‘꼼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알찬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동반돼야 하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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