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中푸싱그룹, 한국 소비재기업 인수 추진

증권사와 자문계약 나서

차이나머니 회귀 움직임

얼어붙은 한중관계에 해빙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 ‘차이나머니’가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중국 대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타진이 이어지고 중국 기업의 국내 주식시장 상장도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26일 IB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 회장이 이끄는 푸싱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를 찾아 소비재 기업 인수를 위한 금융자문사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략적투자자나 재무적투자자 없이 자체 자금만으로 인수 대상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싱그룹은 지난 2014년 AIG 인수 실패 후에도 금융·의료·게임 관련 국내 기업 인수를 꾸준히 검토하며 국내 당국 관계자 및 민간기업과 접촉해왔다.


한중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자금이 국내 투자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주 예비입찰을 끝낸 대우건설(047040) 매각에 중국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와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국내 호반건설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 매각에도 중국 메이디가 참여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사드 사태로 확인한 중국 리스크로 과거처럼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국내의 한 중견 화장품 업체는 사드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지분 인수 제안이 보류돼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투자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철수 방침을 밝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자금이 묶이고 있다”면서 “중국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의심을 뼛속 깊이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머니 회귀 조짐]매각 예정 IHQ·두산엔진도 中 자본 눈독





화장품·엔터산업 등 수혜 기대

中 철강업체도 국내 상장 논의 중

“활황 기대 힘들다” 일부 비관론

하나금투·NH證 日·美로 선회


투자은행(IB)업계에는 중국발 투자 훈풍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한번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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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전부터 중국 현지를 중심으로 투자 재개 움직임이 불고 있다. 중국기업 상장을 주관해온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등이 우선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을 사다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은 수가 약간 줄었을 뿐 여전히 많은 물량을 떼어가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막아도 여성의 기호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금방 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각 절차에 돌입한 국내 기업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중국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한동안 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도 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 동부대우전자, 대우건설 입찰에 중국 기업이 뛰어들었고, IHQ나 두산엔진과 같은 매각 예정 기업에도 중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중견 철강업체인 시왕특수강은 국내 상장을 논의 중이다.

중국계에 붙는 불신을 지우려는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강서성철로투자집단공사에 더블에이(AA)등급을 부여했다. 강서성철로는 국내 대성자산운용사와 손잡고 1조 6,000억원 규모로 국내 기관투자자의 중국 내 철도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던 화장품 업계에도 중국의 주문이 재개됐다. 중국에서 마유크림으로 인기를 모은 국내 화장품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인 비앤비코리아는 그 동안 주문이 뜸했던 중국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100억원의 수주를 받았다. 중국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기업이 중국서 성공하려면 유통망을 잡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소비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예전과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IB 업계 일부에선 한 번 중국과 간극을 보인 이후 중국 불신이 커졌다. 중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은 사드 문제 이전에도 중국 내 규제 때문에 어려웠고, 사드로 정치적 문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신중론자들은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 정치적 리스크가 적거나 성장성이 높은 대체 투자처를 찾고 있다.

중국에 법인을 둔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주요 대체투자처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사드 문제가 단순히 정치적인 이슈를 넘어서 양국 국민 간 문화적·정서적 거리감을 확인했다는 게 하나금투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일본은 최근 들어 이주 노동자를 대거 수용하면서 고령화 진행이 잦아들고, 도심에 은퇴자의 주택 수요가 늘면서 상업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하나금투는 최근 일본 야마구치 호후시에 있는 이온(AEON)타운 쇼핑센터를 500억원에 매입하는 데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확정했다. 일본의 대형 유통센터의 임대계약이 20년 확정돼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중국보다는 북미와 런던 등의 부동산과 인프라는 물론 기업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은 정치적 문제로 투자를 제한하더라도 사법부의 독립이 확실해 투자자를 보호해 준다”면서 “국내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많아서 굳이 중국의 투자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투자는 불가능하며, 중국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은 외자 유치로 성장해온 나라”라면서 “중국에 투자하면 회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투자금에 대해 과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벌어진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3조원 넘는 가격에 팔린 카버코리아의 사례처럼 중국 시장을 겨낭한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가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국내 사모투자펀드 관계자는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중국 시장을 겨냥한 투자”라면서 “앞으로 이 같은 투자 수요에 맞추려는 IB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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