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017 에너지전략포럼] "에너지전환 더 많은 시간 걸려...비상상황 대비 유휴설비 유지를"

박종배 건국대 교수 "국내외 상황 종합분석해 정책 추진 필요"

“에너지 전환이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개최한 제8회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한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이 원전을 거쳐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환하는 게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긴 타임테이블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글로벌 시장의 상황, 국내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포럼 직후 열린 토론의 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련 제도와 시장 성숙도 등 현주소 등을 고려한 신재생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단이 엇갈렸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분산화 지수는 많아 봐야 10%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게 이동하고 있고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하는 가스발전도 전력도매시장에서 고사 직전”이라라며 “신재생 투자비도 1㎿당 1,300달러인데 우리나라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격과 비용 사이의 괴리, 수요관리의 문제 등 전반적으로 준비가 안 된 제도 등을 감안하면 신재생으로의 에너지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후진적인 전력 시장도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연 현재 시장이 에너지 전환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없앤다면 시장에서 기술적인 본능에 따라 에너지 믹스가 이뤄져야 할 텐데 그런 준비가 돼 있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도 “전력 시장의 가격체계와 산업구조가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시장의 에너지 믹스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시장제도는 이런 측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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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연적으로 유연성 자원인 가스발전이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가 계획한 대로 필요한 만큼 가스를 도입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라며 “전력 시장의 거래규칙을 에너지 전환에 잘 맞게끔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 또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부회장은 “최근 유가 인상도 주요한 변수”라며 “에너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에너지 믹스 최적의 조합은 좀 더 진지하게 토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유휴설비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에너지 위기는 언제 올지 모른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기를 겪으면서 원전을 재가동했다”며 “우리도 이를 대비해 유휴 발전설비의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석탄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석탄발전량 비중이 40%인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믹스를 적용해도) 발전량 비중이 유지되고 원전도 크게 줄지 않는다”며 “이 정부가 탈석탄을 이야기하려면 온실가스 감축 제약을 강화하고 환경급전 도입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속한 에너지 정책 청사진 발표를 촉구했다. 안완기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은 “논의가 오래 지속되면 혼돈이 올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개별적인 의사결정을 빨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태형 인천종합에너지 대표는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점이 없다 보니 논의가 진행되는 중간에 하다 마는 듯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기관의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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