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로 농지분배 사건’ 피해자 50년만에 최종 승소

1960년대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강제로 빼앗긴 농민들의 유족들이 재심 끝에 반세기 만에 최종 승소하면서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구로공단 농지 강탈사건’ 피해자인 고 이영복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심 사건의 상고심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32억3,56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씨 유족 외에도 관련 사건 피해자와 유족이 낸 3건의 재심 사건도 같은 취지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1961년 9월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면서 당시 이 땅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을 내쫓았다. 해당 부지가 서류상 군용지였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에 농민들은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적법하게 분배받은 땅이라며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토지수용을 강행했다.

이씨와 함께 농민 46명은 국가를 상대로 땅을 찾기 위해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지만,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구로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해 검찰을 동원, 농민들과 관련 공무원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적용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 뿐 아니라 농림부 등 각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까지 사법처리했다.

결국 2심에서는 “농지분배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농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패소로 꺼져가던 불씨는 대법원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대법원은 1970년대 농지분배는 적법했다며 2심 판결을 다시 하라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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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시간을 끌며 결론을 내지 않았고 오랜 법정 다툼에 지친 농민들 대다수는 소송을 취하했다. 오히려 이씨 등은 소송 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979년 대법원까지 간 형사재판에서 이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좀처럼 결론을 내지 않던 파기환송심은 형사판결 이후 이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이씨는 결국 상고를 포기했고 1983년 사망했다.

끝난 줄 알았던 재판은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시작됐다.

사망한 이씨를 대신해 유족들은 형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유죄를 확정 받은지 32년이 지난 2011년 법원은 무죄를 선고 했다.

유족들은 농지를 되찾기 위해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3년 “국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므로 농지 시가 상당액인 32억 3,56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농지 소유권 이전 청구는 ‘농지법에 따른 소유권 취득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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