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4차 산업혁명은 교육혁명이다

성행경 바이오IT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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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겪는 고충 중 하나는 언어장벽이다. 영미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생소한 언어로 인해 식사 주문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몇 년 내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구글이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워드 렌즈(word lens)’라는 서비스를 직접 경험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포르투갈어로 된 메뉴판을 촬영한 뒤 번역이 필요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한국어로 번역해준다. 전 세계에서 100개가 넘는 언어를 음성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한 구글은 수년 내로 AI를 활용해 2~3초 내로 모국어로 통역해주는 이어폰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통·번역사들이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전 세계 검색시장을 석권한 구글은 검색엔진과 지메일·유튜브 등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AI 생태계 장악을 꿈꾼다. 이미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인 ‘텐서플로(TensorFlow)’를 전 세계 기업과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AI 인프라와 플랫폼을 선점해가는 중이다.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이 내부 연수용으로 수강한 머신러닝 강좌를 내년부터 일반인들도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AI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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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만 해도 머신러닝 교육을 받은 구글 임직원은 1,000명 미만이었으나 지금은 1만8,000명을 넘어섰다. 구글 전체 임직원 수가 7만4,000명이니 4분의1이 AI와 연결된 셈이다. 실제 구글은 글로벌 AI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미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후한 몸값을 치르고 인재를 영입한다. 한국에서도 석·박사 학위를 받기도 전에 컴퓨터 및 SW 전공자를 입도선매한다. 구글이 인재를 쓸어담으니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공채를 실시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지능형 게임 개발과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AI 수요가 많은데 지원자 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씁쓸해했다.

4차 산업혁명은 AI로 대변되는 첨단 ICT를 얼마나 빨리 확보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업 혁신을 이뤄내느냐에 성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교육혁명을 통한 인재 양성과 확보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이끌 핵심 열쇠라는 얘기다. 이제라도 교육 시스템을 개혁해 미래 인재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내년부터 초·중등학교의 SW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다. 만시지탄이지만 예산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칠 SW 교원이 태부족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2의 네이버·카카오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진짜 ‘냄비 속 개구리’가 될 수 있다. 규제혁신과 교육혁명을 통해 우물과 냄비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혁신성장을 부르짖는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 산업·교육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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