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대성홀딩스(016710) 회장의 장남이 보유 중인 대성홀딩스 주식을 비상장 계열사로 현물출자하며 3세 경영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남인 김의한씨가 보유한 대성홀딩스 지분 전부를 계열사인 알앤알에 현물투자를 하며 알앤알의 대성홀딩스 지배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의 목적을 비상장기업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대성그룹은 알앤알의 자본금 확충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홀딩스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김영훈 회장의 장남인 의한씨가 보유한 대성홀딩스 주식 258만4,307주를 계열사인 알앤알에 유상증자 형태로 현물출자했다. 이번 현물출자로 알앤알의 대성홀딩스 지분율은 32.84%로 증가했다. 김 회장(39.90%)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의한씨가 현물출자로 알앤알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현물출자 시 30% 할증 원칙에 따라 의한씨는 4일 종가(8,510원)보다 높은 1만1,131원에 주식을 넘겼다.
건축공사업과 자회사관리를 하고 있는 알앤알은 김 회장이 99.83%(2016년 감사보고서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 회사지만 ㈜대성·대성청정에너지·대성이앤씨·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 등 대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비상장주식은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까지 주식을 통해 상속세를 현물 대납하고 다시 주식을 매입해 상속세를 사실상 내지 않는 방식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조그룹의 오너 3세인 주지홍 상무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상속세를 주식으로 대납했고 이후 사조시스템즈는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대한제분의 경우도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우회승계를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이번 거래만을 가지고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거래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성그룹은 이번 거래는 상속세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의한씨의 경우 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은 적이 없고 고모들로부터 증여 받은 홀딩스 주식에 대한 증여세도 아직 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의한씨는 지난 2013년 김 회장의 첫째 누나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둘째 누나 김정주 대성홀딩스 공동대표이사가 각각 보유하던 대성홀딩스 주식 467만주를 증여받아 200만주를 시간 외로 처분해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의한씨에게 주식을 증여한 적이 없다”며 “지금 단계에서 상속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대성그룹은 이번 거래로 수익을 못 내는 알앤알에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기기 위해 알앤알의 홀딩스 지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분이 늘어남에 따라 홀딩스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전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성그룹 관계자는 “건설업을 하던 알앤알의 경우 건설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사실상 수익과 지출이 없는 회사가 됐다”며 “앞으로 알앤알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전략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