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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메드독’의 빈자리를 잡아라…수목극의 판도가 흔들린다

파업의 여파로 한동안 드라마 편성에 차질을 빚었던 MBC가 드디어 수목드라마 시청률 전쟁에 뛰어들었다. MBC ‘로봇이 아니야’와 KBS2 ‘흑기사’가 한 날 한 시 첫 방송되는 것이다. SBS ‘이판사판’과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안방극장에 먼저 눈도장을 찍은 가운데, 과연 ‘로봇이 아니야’와 ‘흑기사’는 수목극 시청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6일 오후 10시 ‘로봇이 아니야’와 ‘흑기사’가 방송되면서 ‘수목드라마 4파전’이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각 드라마가 표방하는 장르는 각기 다르다. 로맨틱코미디인 ‘로봇이 아니야’와 판타지멜로 ‘흑기사’ 법정로맨스 드라마 ‘이판사판’과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비록 지상파 3사 모두 ‘로맨스’에 무게를 두기는 했지만, 주된 소재와 배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tvN사진=tvN


◇ 순조로운 상승세, 로맨스 버리고 신선함 택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수목드라마 중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드라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동시간대 경쟁작들 모두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반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유일하게 로맨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드라마다. ‘로맨스’를 끼워 넣고 싶어도 남자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굳이 로맨스를 넣고자 한다면, 진한 브로맨스 정도. 물론 제혁(박해수 분)의 전 여자친구인 지호(정수정 분)가 존재하지만, 제혁이 감빵에서 나오지 않는 한 알콩달콩한 부분을 기대하기 어렵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로맨스의 빈자리를 ‘인물’과 ‘반전’으로 대신했다. 방송되기 전 ‘범죄자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죄수자 캐릭터는 살리되, 그 안에 있는 범죄는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옥이라는 낯선 세계에서 살갑게 샴푸를 건네준 노인 재소자였다. 감빵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약하고 불쌍해 보였던 노인이 사실은 세상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라는 사실을 미화 없이 그려낸 것이다. 여기에 친절해 보였던 조주임(성동일 분)이 알고 보면 재수자로부터 특혜를 제종해주면서 뒷돈을 받는 사람이었으며, 악랄해 보였던 팽부장(정웅인 분)은 누구보다 수형자들을 아끼는 인물이라는 반전을 매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흥행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유료가구기준)로 시작한 ‘감빵생활’은 조금씩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2017년 11월 4주(11월 20일~11월 26일)의 콘텐츠 영향력을 집계한 CPI 지수에서 신규진입과 동시에 총 261.8점을 기록,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사진=SBS사진=SBS


◇ 아쉬운 법정물…‘판사’의 로맨스를 그린 ‘이판사판’

순조로운 상승세를 이어가는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같은 날 첫 방송을 한 ‘이판사판’의 전망은 마냥 밝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사나 변호사가 아닌, 국내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판사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법원드라마 ‘이판사판’은 이른바 ‘판사드라마’로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극에서 중심인물로 그려지지 않았던 판사들의 리얼한 삶과 고민, 법정에서의 모습을 그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던 ‘이판사판’이었지만 정작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주인공의 직업만 판사일 뿐, 사건의 판결을 놓고 심도 있게 고민하고 분석을 하는 판사의 모습이 그려지기 보다는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법정과 판사에 대한 고증이 허술하다는 것도 지적사항 중 하나이다. 드라마인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과 허구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판사복을 벗고 고함을 치는 여주인공이나, 법정에서 흉기를 가지고 인질극을 벌이는 피의자, 그리고 법정의 풍경이 생중계되는 등의 설정들이 지나치게 허무맹랑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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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판사판’의 시청률은 고착된 상황이다. 1회 시청률 6.9%로 시작한 ‘이판사판’은 7~8%대의 정적에 머물다가 8회에서 6.6%로 떨어졌다. 아직까지 시청률 변동이 크지 않으나 기대를 하기도, 안심을 하기도 이르다. 9.7%를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던 ‘매드독’이 종영된 만큼 그가 가지고 있었던 시청률 파이를 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동안 공석이었던 MBC에서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인 만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청률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안방극장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판사판’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진=MBC, KBS사진=MBC, KBS


◇ ‘매드독’의 시청률을 잡아라…‘로봇이 아니야’ vs ‘흑기사’

왕좌를 지켰던 ‘메드독’이 종영을 하면서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판도는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유승호의 첫 로맨틱코미디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레르기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유승호가 ‘인간 알레르기’라는 희소병에 걸린 완벽남 김민규 역을, 채수빈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로봇 행세를 하는 조지아 역을 맡아 연기한다. 특히 채수빈은 조지아 역을 통해 아지3(로봇), 그리고 아지3까지 소화하며 1인 3역의 매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로봇이 아니야’의 연출을 맡은 정대윤PD는 “점점 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장르가 겹치지 않는 만큼 안방극장의 선택의 폭을 넓히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로봇이 아니야’는 즐겁게 웃으면서 보지만 보고나서는 마음 한켠에 사랑에 대해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작품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김래원과 신세경이 이끌어 가는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적도의 남자’, ‘태양의 여자’ 등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와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의 한상우 PD가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김래원은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사랑할 때만큼은 순도 100%의 순정파인 젊은 사업가 문수호로 분한다. 신세경은 직장과 가정, 남자친구와의 관계 등 모든 일들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함에도 특유의 긍정과 밝음을 유지하는 여행사 직원 정해라 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인다. 믿고 보는 제작진에,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까지 성공요소를 고루 갖춘 것이다. 특히 과거 영화 ‘어린신부’로 한차례 만난 적이 있었던 김래원과 신세경인 만큼 이들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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