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후폭풍...정부의 허술한 대응인가 EU의 음모인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국가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5일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정경제이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국가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5일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정경제이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6일 한국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지정된 데 대해 긴급 기자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우선 한국을 조세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지정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명단에서 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세회피처라는 용어 대신 ‘비협조적 지역’이라는 용어를 써달라고 했다. EU에서도 조세회피처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EU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EU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외국인투자지역 등 외국인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이 제도는 지난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20개국(G20)의 BEPS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EU가 OECD의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일방적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상식에서 어긋난 황당한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본지 12월6일자 1·8면 참조

하지만 EU가 왜 이런 비상식적인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본적인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EU가 앞으로 명단을 갱신하는 일정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EU가 일반에 공개한 발표문에는 ‘내년 중순에 중간 경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1년에 한 번 명단을 업데이트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조세회피처라는 용어를 EU가 쓰지 않는다는 설명도 부정확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집행위원은 명단 발표 시 “유럽 최초의 조세회피처(tax havens) 목록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한 중요한 승리”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한국의 외국인투자 지원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한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조세회피처 지정을 피해갔는지 등도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조세회피처 지정으로 어떤 제재를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가 없어서 예측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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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이한 대처로 이번 사태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이 같은 모호한 답변도 작용했다. 1년여 전부터 외국인투자 지원제도에 대한 EU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 지원제도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터키만 운영 중인데 터키는 제도 개선을 약속한 대가로 조세회피처 명단에서 빠졌다”며 “우리는 해외투자의 중요성 때문에 당장 제도를 손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EU가 이번 명단 지정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최대한 우리 입장을 소명해 EU를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명단 발표로 한국은 국가 브랜드가 훼손되는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EU 국가들의 한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결정은 당장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원90전 오른 1,093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09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1,095원80전)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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