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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보이콧 없다" 징계 하루 만에 말 바꾼 푸틴

IOC와 막후 거래 추측 '속속'

"내년 대선·러 월드컵 의식" 관측

실제 참가로 이어질진 지켜봐야

문체부 "참가시 적극 지원 약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자원봉사자 상 시상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TASS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한국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자원봉사자 상 시상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고 러시아 선수의 개인 자격 출전을 막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반쪽 대회’를 우려한 평창은 한숨을 돌릴 참이지만 실제 선수들의 대회 참가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중부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의 GAZ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며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그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징계 발표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출전 금지나 개인 자격 출전 허용은 모두 러시아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공연히 보이콧을 시사했다. IOC 발표 이후 러시아 내에서도 평창 올림픽 보이콧 찬반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한발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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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전면 보이콧은 없다고 공언한 배경에 IOC와의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영국 BBC는 푸틴의 결정으로 IOC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이후 첫 대규모 불참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막후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 집단을 ‘중립 선수’ 대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로 명하기로 한 것, 징계 요구를 잘 수행하면 평창 올림픽 폐막식 때 러시아 국기 사용을 허락하기로 한 점 등을 증거로 들었다. BBC는 IOC의 이런 양보가 푸틴의 중대한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2011년 이래 여러 스포츠 대회에서 국가 주도로 도핑 속임수를 쓴 러시아의 잘못에 대해 IOC가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IOC의 제재안은 징계이자 평창 올림픽 이후 러시아의 ‘새 출발’을 인정하는 계기인 셈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외 여론을 염두에 둔 한발 후퇴로 추측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4기 집권을 위한 대선 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러시아와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해왔다. 그는 IOC의 결정을 따르는 제스처로 다음 올림픽 참가 통로를 얻어내면서도 이번 징계 결정이 도핑 규정 위반이 아닌 지난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에 따른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에서 비롯된 ‘정치적 판단’이라는 기존 주장을 견지했다.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점 역시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빼 들지 못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이 이날 찾은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러시아 월드컵 한국-스웨덴전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한 전 세계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고 올림픽 정신의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면 국가 차원의 선수단으로 참여하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오는 12일 올림픽 출전 후보 선수들과 코치, 개별 종목 협회 대표 등이 참석하는 ‘올림픽 회의’를 열고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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