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일파만파] "지옥의 문 열어...끝없는 전쟁 날 수도" 중동 시계제로

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파괴"

이란 "민중봉기 초래할것" 반발

유엔·유럽정상도 "인정 못해"

불안한 중동 정세 긴장 고조

아랍연맹 내일 외무장관 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국무부에 지시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국무부에 지시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분노에 찬 아랍권에서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새로운 전쟁의 문을 열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으며 영국을 비롯한 서구 각국도 미국의 결정에 대한 우려와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성지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전략적 이해관계만 따져 이스라엘의 편을 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했다. 아바스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의 평화 중재자 역할을 했던 미국의 위신도 실추시켰다”며 “이번 조치가 극단주의자의 종교 전쟁을 부추기고 팔레스타인을 끝나지 않을 전쟁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영토에서 독립국가를 세우려던 팔레스타인의 구상이 틀어지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측 평화 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2국가 해법’을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2국가 해법이란 1967년 중동전쟁으로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분쟁을 없애자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동의한다면 미국은 ‘2국가 해법’도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의 편을 드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정착 구도인 ‘2국가 해법’은 사실상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에레카트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생애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예루살렘을 포함한 모든 민감한 문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강력한 경고도 나왔다.

관련기사



아랍 국가들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이번 결정은 우리 연맹에 뻔뻔스러운 공격과도 같다”고 맹비난했다. AL은 팔레스타인의 요청으로 9일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슬람 국가들은 13일 터키 이스탄불에 모여 공동대응책을 찾는다. 요르단은 “미국의 결정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에 해당한다”고 규정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평화의 토대를 폭파하고 새로운 긴장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란에서도 “비이성적이고 도발적인 결정이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은 8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2002년 3월 안보리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2국가 해법을 지지하기로 한 안보리 결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이슬람 종파 갈등과 예멘 내전 문제로 가뜩이나 정세가 복잡한 중동에서 예루살렘 문제가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루살렘의 지위는 당사국 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며 2국가 해법 외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유럽의 정상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중동 지역 공관에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예방조치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으며 주이스라엘 대사관은 국민보호를 위한 예방적 조치로 홈페이지 안전공지, 한인 비상연락망, 안전 문자메시지,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 대상 안내 등을 통해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창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