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공기관장 교체 어디까지 왔나]보이지 않는 官의 지침에...임기 몇달 남기고 줄줄이 하차

한전·가스공사 인선 속도...후임에 文캠프 출신인사 물망

주택금융公·조폐공사는 전직 관료 거론속 靑검증서 지체

금융공기업 등 채용비리 수사도 기관장 인사에 영향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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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사임하면서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임기 몇 달을 앞두고 하차하는 사례가 나오자 관가에서는 기관장 교체 압박이 한층 높아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전만 해도 캠프 출신의 인사가 거론돼 윗선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여기에 채용비리 수사가 확대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일부 공공기관은 수장 교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조환익 한전 사장 후임으로 문재인 캠프 출신의 오영식 전 의원과 송인회 전 한국전력기술 대표이사 같은 ‘코드인사’가 언급되고 있다.


3선 출신인 오 전 의원은 국회 산업위 간사로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지냈고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전기인 5,000명과 함께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산업부 출신으로는 박근혜 정부 초기 2차관을 지낸 한진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이사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날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한 조성완 전 소방방재청 차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골든타임을 지키겠다”며 대선 과정에서 영입한 케이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낼 사람이 있다 보니 기관장 인선을 서두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가스공사 사장을 비롯한 에너지공기업 인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8일 회의를 열고 공석인 가스공사 사장 후보를 5명에서 2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관가에서는 정승일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문재인 캠프 출신의 강대우 동아대 교수 얘기가 나온다. 가스안전공사 사장의 경우 가스안전공사 연구원장을 지낸 김지윤 중앙대 교수와 ‘문재인 캠프 충북활동가 모임’을 지낸 김형근 전 충북도의장이 5배수에 뽑혔다.


주택금융공사나 한국조폐공사는 전직 관료 출신 A씨가 거론되고 있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전직 산업부 공무원 B씨 얘기가 나온다. 사장 공모절차를 진행 중인 동서와 남동발전 같은 한전 발전자회사도 전직 산업부 1급들이 주로 거론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기다 보니 과거 관료들이 갔던 자리에 쉽사리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부처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밀고 있지만 한 달째 소식이 없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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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공기관장 교체에 관료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다음 정권에서 인사 개입이 문제가 될까 걱정한 관료들이 쉽사리 공공기관장 교체를 추진하고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서기관이 한국서부발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얘기다. 당초 연말까지 공공기관장 인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짓는다는 말도 돌았지만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와 북핵 문제 같은 현안이 겹치면서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공공기관 C는 한 달째 청와대에서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어 인사가 공전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지만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일부는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공공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연구기관의 경우 거취에 대한 문제를 기관장에게 얘기하자 말로 하지 말고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당 부처는 5년 뒤 인사 개입했다고 문제가 될까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무리하게 공공기관장 교체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알아서 나가기 전에는 찍어내기 식으로 공공기관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KBS나 MBC 같은 방송사야 언론의 특성 탓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교체를 추진하겠지만 공공기관장의 경우 예전과 비교하면 청와대에서 많은 주문이 내려오는 편은 아니다”라며 “스스로가 적폐청산을 하고 있으니 도덕성에 대한 결벽증도 있고 꼬투리 잡힐 일을 하기 싫은 것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수사도 공공기관장 인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최근 채용비리 문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기재부가 연말 채용비리 점검결과를 발표하고 추가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면 일부 공공기관장은 거취를 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금융공기업 1~2곳에서 채용비리가 발견됐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기다 보니 아무래도 캠프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많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정철학이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자리는 캠프 출신을 쓰고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는 관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종=박형윤·김상훈·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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