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무역사기 경보시스템 구축 … 무보 "수출사기 꼼짝마라"

수출채권 유동화 상품 '철저' 모니터링

재무점검 시스템 통해 분식회계도 걸러

관세청과 공조로 올해 3,628억원 적발

0815A08 한 반도체 부품 업체의 무역금융 사기 수법 수정1


국내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매년 매출액이 급등했던 웨이퍼 생산 기업 A사. 2011년 154억원이던 매출은 5년 새 590억원으로 네배 가까이 뛰었다. 2015년 국책 연구기관으로부터 탄화규소 전력 반도체 기술 이전을 받는 등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했던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겉보기에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듯했다.

A사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낸 것은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채권 유동화 상품 모니터링 시스템’이었다. 지난해 무보 리스크총괄실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A사의 거래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 이후 A사의 수출서류를 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수출대금이 수입자의 소재지가 아닌 곳에서 송금된 것을 밝혀낸다. 웨이퍼의 단가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해외 지사를 통해 수입자를 조사하고 A사에 소명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들 간 거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관세청에 조사를 요청했고 A사 대표 및 임원은 무역금융 부당대출과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가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무보가 이 같은 무역금융 사기 관련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2014년 대규모 무역사기 사건이 계기가 됐다. 로봇청소기 등을 제조·판매하던 중소 가전 업체 B사는 한국에서 수출한 완제품을 현지에서 분해, 부품을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300억원에 불과했던 2013년 매출액을 1조원까지 부풀렸다. 이런 방법으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았고 이 수출채권을 금융사에 할인 판매해 7,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고스란히 보증을 서준 무보의 손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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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가 ‘철벽 수비’ 시스템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채권 유동화 상품 모니터링 시스템도 그 일원이다. 수출채권 유동화 상품이란 수출자가 물품 발송 후 수입자에게 받은 외상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입해 조기 현금화할 때 무보가 이를 지원해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수출채권 유동화는 ‘비대면 서류 거래’라는 한계로 무역금융 사기의 위험이 큰 거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기업의 신용위험 평가를 넘어 재무제표 분석과 이상 징후 체크 리스트 등을 개발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수출통지 내역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올해에는 분식회계 기업을 걸러낼 수 있는 재무이상치 점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수사권을 가진 관세청과의 공조도 시작했다. 2015년 7월 무보는 관세청과 ‘무역, 외환거래 질서 확립 및 수출입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무보의 조기 경보시스템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와 관세청의 지속적인 수사로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의 무역에서 밝혀낸 금융 사기만 3,628억원에 달한다. 유형별로 보면 △수출입 거래를 악용한 무역금융 편취 1,944억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국외도피 1,021억원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 663억원 등이다.

무보 관계자는 “앞으로 점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 분식회계 기업을 선제적으로 걸러내 무역보험기금 손실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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