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올림픽예보관 인터뷰]"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올림픽은 계속됩니다"

임장호 평창올림픽조직위 기상기후팀장

올림픽 경기장 특성 최적화된 예보 찾으려

2개월치 자료 뒤지며 경기종목 수요 전수조사

위험기후별·경기장별 예보 시나리오 준비

"예보관·조직위 노력 경기장서 빛 발하길"

7일 강원도 강릉시 재해기상연구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임장호 평창올림픽준비위원회 기상기후팀장이 올림픽 기상서비스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신다은 기자7일 강원도 강릉시 재해기상연구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임장호 평창올림픽준비위원회 기상기후팀장이 올림픽 기상서비스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신다은 기자


“눈 그칠 테니 걱정 말고 퇴근하세요.”

그 한 마디가 장정 50명을 새벽에 불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임장호(46) 평창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상기후팀장은 ‘올림픽 준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지난해 아우디 스키 월드컵 대회(FIS)를 꼽았다. 스키활강 결승전이 열린 이날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엔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임 팀장은 “쌓이지 않을 눈”이라고 자신 있게 예보했지만 2시간 뒤 경기장은 15cm 함박눈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인적이 드문 정선 산골짜기 눈구름을 잡아내지 못한 탓이다. 장정 수십 명이 눈을 치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임 팀장은 “올림픽 예보는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되뇌었다.


임 팀장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기상청 파견으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해 온 ‘원조 올림픽예보관’이다. 경기종목별 기상기후 시스템을 개발·조직하고 현장 예보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종목별 예보 시스템을 줄줄 외지만 그도 2년 전엔 좌충우돌했다. 읍·면·동 단위 포괄적 예보를 제공하는 국내기상서비스와 달리 올림픽은 ‘경기장별 맞춤 예보’를 필요로 했다. 예컨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출발지점과 도착지점 높이차가 850m가 넘어 한 경기장 안에서도 두 지점을 동시에 예보해야 했다. 출발지점은 눈이 오는데 도착지점은 비가 내릴 수도 있었다. 매년 개최지가 바뀌다 보니 경기장 기상관측방식에 국제 표준이 없다는 점도 복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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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팀장은 동계올림픽대회 기록보고서를 전부 모아 2개월간 검토한 뒤 “평창 지형과 기후를 고려한 예보체계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102개 경기종목별 예보 수요를 전부 조사한 뒤 경기장별 예보지점을 정했다. 예보관 32명이 각 지점을 맡아 기상을 예보하고 경기 취소·연기에 관한 기상 의견을 종합상황실에 전달하도록 했다. 경기시설엔 1~5개의 기상관측센서와 설면온도계를 둬 기온·바람·습도를 쟀고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는 강수량과 적설량을 쟀다.

기온이 높아지거나 갑작스럽게 비가 올 때를 대비해 ‘위험기후별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기상청과 올림픽준비위는 경기 시작 전 1.2~1.5m 두께의 눈을 충분히 깔아뒀다가 기상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눈을 걷어낸다. 1m 깊이 눈을 다 쓰고 나면 경기장 근처에 쌓아둔 예비용 눈을 사용한다. 위급한 상황에선 눈에 소금을 쳐 결빙을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날이 따뜻해지는 3월엔 굵기가 다 다른 소금을 경기장 근처 창고에 비치할 예정이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대회는 여전히 변수로 가득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64일 남겨두고 임 팀장은 혹여나 기상서비스에 틈새가 있을까 분주하게 경기장을 오간다. 임 팀장이 가장 기다리는 경기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알파인 스키 활강경기. 1년 전 ‘악연’을 ‘인연’으로 바꿔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눈 퍼올렸던 그 800m 골짜기, 올해엔 스키 선수들이 멋지게 활강하길 바라요.” /평창=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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