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들은 공부의 목표를 자기수양에 두었다면, 요즈음은 자기를 계발하는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공부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허함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죠. 영화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유학의 개념과 가치관을 설명하는 이유는 2500여년전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입니다.”
올해 처음 고인돌 강사로 초빙된 신우현(사진) 상지대 외래교수는 ‘동양철학, 영화로 맛보기’라는 강좌로 고등학생들과 만났다. 유학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뒤떨어진 가르침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공자시대의 유학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학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화석이 된 듯 하지만 동아시아권 문화 깊숙이 남아있는 삶의 철학”이라면서 “논어, 맹자 등 유학의 핵심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것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농경시대에 학습은 선대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요즈음은 그대로 답습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텍스트 안에 갇혀있는 유학의 핵심 메시지를 요즈음 언어로 시대에 맞게 해석해 내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현대적인 미디어를 활용하면 유학의 가르침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 여전히 유효한 가치관이라고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화로 철학하기’ 등을 개발해 꾸준하게 강의를 해 온 신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유학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논어의 ‘인(仁)’을 설명하고 영화 ‘여인의 향기’로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의미를 되짚어간다. 그는 “청소년기에는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로 자기를 실현하기 위한 꿈을 키우기에 앞서 자신의 관심영역을 검토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해보고 진정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살피기 위해 논어, 맹자, 장자의 사상을 영화 속에서 한번 찾아보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고인돌 강의에 참가한 의미를 설명했다. 신 교수는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강의 진행 방식을 조금 바꿔볼 예정”이라면서 “고등학생들은 유학의 가치관을 깊고 자세히 설명하는 진지한 강연으로 접근하고 중학생들은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방식을 개발해 나가면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올해 종로도서관과 함께 배화여고를 찾아가 강연을 했으며, 고척도서관이 마련한 양천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례 더 강연을 했다. 청소년인문학 멘토그룹 ‘청포도’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유교가 옛날 가르침으로 고리타분하다 여기면서도 오랜 문화적인 전통 덕분인지 중고등학생들도 유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데는 거부감이 없다”면서 “유교를 청소년들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