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시세보다 5,000만원 올려줘도 매물 거둬들여..."강남 집주인은 甲"

[혼란의 강남 부동산시장 가보니]

매물 나오자마자 무섭게 팔려...집주인들 호가 올리며 탐색

공급 물량 부족한데 매수세 풍부해 매도자 우위시장 지속

내년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쳐 "일부 평당 1억원 찍을것"

1215A03 강남 주요 아파트 시세 추이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최근 시세가 21억5,000만원 수준인데 매수 의향자가 22억원까지 준다고 했는데도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였습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계약을 포기한 것이지요. 강남의 경우 호가가 며칠 만에 5,000만원씩 높아지는데도 매수세가 따라 붙는 상황입니다.” (김시연 래미안114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11일 기자가 만난 서울 강남의 주요 공인중개사 대표들은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와 금리 인상에도 강남은 여전히 탄탄한 매수 수요를 기반으로 매도자 우위의 시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잠재 수요가 많다 보니 매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물을 회수하면서 추가 매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도 호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남 주택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경 부동산 펠로로 잠실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김효미 토마토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높여도 매수자가 계속해서 따라 붙는 형국이 이어지다 보니 겁까지 날 지경”이라며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 보니 거래가 성사돼도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매매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매도자 우위 상황으로 대다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잇단 규제정책과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치솟고 있다. 한 달 전 24억원에 거래됐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34평형의 현 시세는 26억~27억원대를 보이고 있고 ‘잠실 주공5단지’ 34평형은 17억원 중후반, ‘잠실 리센츠’ 30평형은 15억원대를 기록하면서 최근 두 달 전보다 1억원 정도 올랐다. ‘개포주공 1단지’ 33평형 매매가도 현재 12억8,000만원대로 역시 최근 두 달 사이 1억원가량 뛰었다.


강남에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공급 물량은 부족한 반면 대기하고 있는 매수세는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매물이 나오자마자 무섭게 팔리는 탓에 집주인들이 호가만 지속적으로 올리며 시장 탐색을 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도곡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정형연 렉슬황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학군이나 생활 인프라 측면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늘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매수자보다 우위에 서서 시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춘석 우성공인중개사사무소(개포동) 이사는 “지방이나 외곽에서 강남으로 입성하려는 수요에 더해 내년부터는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본격적으로 철거가 시작돼 이사 수요도 겹친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입주 전까지 다른 곳보다는 인근 강남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수요가 더욱 집중돼 매도자가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주택자들이 어떤 정책이 나와도 강남 아파트는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도 매도자 우위 시장 국면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김효미 대표는 “일부 매수의향자들이 주거복지 로드맵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들어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은 증여나 상속을 통해 강남 주택은 계속해서 보유하려고 할 것”이라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 속 매도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 부동산 시장은 나 홀로 상승 추세를 보이며 과열 조짐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은 정비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신규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 루트가 다양하지 않은데 수요는 늘 풍부하다”며 “매도자 위주의 시장 환경이 계속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 상승 국면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도 “강남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8,000만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내년 재건축 본격화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반포나 압구정 일부 아파트는 평당 1억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도 시장에서 슬슬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