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의 내년 경영전략 키워드는 CD(Customer·Digital)로 고객과 디지털을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통인 허인 KB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전략가 스타일인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색깔 내기를 통한 치열한 시장 경쟁이 주목된다. 내년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가계대출 증가에 한계가 있어 비대면·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체질 개선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허 행장은 영업력과 디지털 금융을 접목시켜 리딩뱅크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 특유의 영업 추진력을 앞세워 영업시간 확대와 스마트한 창구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고객 친화적인 영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채널 상품 경쟁력도 강화해 영업 효율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조직개편 차원에서도 디지털 분야를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장은 “디지털뱅크는 접근성·편의성·보안·디자인 등 개별적인 분야도 당연히 최고가 돼야 하지만 고객이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많이 찾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내년에도 위 행장이 강조해온 ‘리디파인(Redefine·업의 재정의)’에 주력할 방침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위 행장 취임 후 신한은행은 디지털 창구를 전면 도입하고 디지털 인재 영입 및 양성에 공을 들이는 등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만 올해 실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게 있었던 만큼 몇몇 중복되는 임원 채널을 조정하는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은 리딩뱅크 도약을 외치고 있다. 3·4분기 이자이익이 1조2,307억원으로 신한은행(1조2,669억원)에 사실상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주사 주가도 1,000원 정도 격차까지 좁혔다. 영업통인 함 행장은 지역 1등 은행, 평생 손님 만들기, VIP 기관 손님 증대로 핵심 손님 저변을 확대한다는 어젠다를 설정했다. 수익구조 다양화를 통해 이익창출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전 영업점의 외국환 전문화와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를 요구하고 있다. 함 행장은 “심플(간단함), 스피드(빠름), 펀(즐거움)이라는 개념으로 디지털 금융을 리디자인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손 행장 내정자는 “디지털·글로벌·자산관리(WM)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22일께 임원인사를 하고 26일 후속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해 내년 1월부터 손 행장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손 내정자는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WM 분야를 확대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중소기업대출·서민금융·벤처금융 같은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힘쓰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과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18%) 매각 등의 과제를 앞두고 있어 내년이 중요한 한 해여서 디지털 선도와 함께 순이익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 은행장 시대를 맞아 임박한 연말 임원인사도 관심이다. 4대 은행의 상무 이상 임원 80명 중 59명의 임기가 연내 만료되기 때문이다. 함 행장 외에는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세대교체 여부가 관심이다.